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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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 유학생의 '빨간 펜', 국가유산으로 인정받다

 한 지식인의 고뇌가 담긴 원고와 한 시대의 역사를 품은 거대한 나무가 나란히 국가유산의 반열에 올랐다. 구한말 사상가 유길준의 '서유견문' 필사 교정본과 충북 청주의 '압각수'가 각각 국가등록문화유산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번에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서유견문' 필사본은 조선 최초의 미국 유학생이었던 유길준이 서양 문물을 접하며 겪은 경험과 사상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단순한 완성본이 아니라, 그의 치열했던 집필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교정본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원고 곳곳에는 검은색과 붉은색 먹으로 단어를 고치고 문장을 다듬은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는 19세기 조선 지식인이 서양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려 했는지 그 고뇌의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료로, 역사적·서지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글로 남은 유산과 함께, 살아있는 역사 또한 국가의 보호를 받게 됐다. 충북 청주 시내 중심에 자리한 약 900년 수령의 은행나무 '압각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다. 오리발을 닮은 잎 모양 때문에 '압각수'라는 별칭을 얻은 이 나무는 오랜 세월 도시의 역사를 지켜봐 온 증인이다.

 


이 나무는 단순히 오래된 거목을 넘어, 극적인 역사적 일화를 품고 있다. 고려 말의 대학자 이색이 무고로 청주 옥에 갇혔을 당시, 큰 홍수를 피해 이 나무에 올라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고려사절요' 등의 기록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청주읍성도'와 같은 조선 후기 지도에도 그 위치가 명확히 표시되어 있을 만큼, 압각수는 오랜 시간 동안 지역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번 지정은 나무가 가진 생물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역사적, 문화적 중요성을 인정한 결과다.

 

정부가 만든 '왕사남' 성지순례 코스 등장

발자취를 따라가는 특별한 여행 프로그램 '왕릉팔(八)경'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역사의 한복판으로 초대한다.올해 '왕릉팔경'의 첫 번째 여정은 바로 단종의 이야기다. 기존에 단종의 능인 영월 장릉만 당일로 둘러보던 단편적인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올해는 1박 2일 일정으로 대폭 확대하여 그 깊이를 더했다. 영화를 통해 단종의 삶에 몰입했던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이번 1박 2일 코스는 단종의 생애를 입체적으로 따라간다. 어린 나이에 상왕으로 물러나 머물러야 했던 창덕궁에서 시작해, 유배지이자 결국 무덤이 된 영월 장릉, 평생 남편을 그리워한 정순왕후의 한이 서린 남양주 사릉, 그리고 마침내 부부의 신주가 함께 모셔진 종묘 영녕전까지, 그의 비극적 서사를 온전히 체험하도록 구성했다.국가유산청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스크린 속 서사가 눈앞의 유적과 만나면서 역사가 더욱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가 불러일으킨 대중적 관심을 실제 역사 탐방으로 연결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의 가치를 더욱 널리 알리겠다는 목표다.단종 이야기 외에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다음 달에는 역사학자 신희권 교수의 전문적인 해설과 함께 경복궁, 양주 회암사지, 구리 동구릉을 탐방하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이 외에도 각 분야 명사와 함께하는 심도 깊은 테마 코스도 준비되어 있다.역사 속으로 떠나는 이번 '왕릉팔경'의 4월과 5월 프로그램 참여 예약은 바로 내일인 16일 오전 11시부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시작된다. 회당 26명에서 30명으로 인원이 제한된 유료 프로그램으로, 영화의 감동을 직접 체험하고 싶은 이들의 빠른 예약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