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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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와 빅토르 위고, K-소리꾼들을 만나 재탄생하다

 전통 성악이 낡은 유산이라는 편견을 깨고 동시대의 감성을 입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악 성악 부문의 공연 건수와 티켓 예매 수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방증한다. 특히 가상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판소리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는 설정은, 우리 소리가 가진 무한한 확장성에 대한 기대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고전의 재해석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해외의 문학작품이 소리꾼의 목소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것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 '주인과 하인'은 소리꾼 이자람을 만나 2시간이 넘는 판소리 '눈, 눈, 눈'으로 재탄생했다. 프랑스 혁명을 다룬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역시 창작 판소리 단체 '입과손스튜디오'에 의해 망망대해 위 '구구선'이라는 배의 이야기로 재창작되었다.

 


현시대 가장 주목받는 소리꾼 이자람은 독보적인 작창(作唱) 능력으로 판소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그는 러시아의 설원을 배경으로 한 신작 '눈, 눈, 눈' 전국 투어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으며, 대표작인 '사천가'와 '이방인의 노래'의 주요 대목을 선보이는 무대도 준비 중이다. 그의 공연은 고수 한 명과 소리꾼 한 명이라는 단출한 구성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의 선율과 재담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창작 판소리 단체 '입과손스튜디오'의 도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레 미제라블'의 방대한 서사를 팡틴, 마리우스, 가브로슈 세 인물에 집중해 압축적으로 풀어냈다. 원작의 시공간적 배경을 '구구선'이라는 상징적 공간으로 과감히 치환하고, 각 인물의 서사를 담은 토막소리를 엮어 하나의 완창 서사로 완성했다. 이들의 무대는 소리꾼과 고수뿐 아니라, 배우와 3인조 밴드가 함께하며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문다.

 


음악적 실험은 판소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은 협력 공연 '하나 되어'를 통해 전통 성악과 관현악의 장엄한 만남을 시도한다. 특히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인 임환 명인이 부르는 시조창과 남창가곡이 웅장한 국악 관현악과 어우러지는 무대는, 전통 성악의 정수인 정가(正歌)가 가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처럼 우리 소리는 익숙한 서사에 새로운 옷을 입히고, 다른 장르의 악기와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그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경기·서도·남도 민요가 한데 어우러지는 민요연곡 무대처럼,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우리 소리들이 서로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큰 울림을 만들어내는 시도는 2026년 공연계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고창 청보리밭, 23만 평이 초록빛으로 물든다

청보리밭 축제'를 개최하고 상춘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봄의 기억, 길 위에 남다'라는 주제 아래, 잊지 못할 봄날의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축제의 무대가 되는 학원농장 일대는 약 77만㎡(23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다. 끝없이 펼쳐진 청보리밭은 바람이 불 때마다 푸른 파도처럼 넘실대며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사람 키만큼 자란 보리 사이를 거닐 수 있는 '보리밭 사잇길 걷기'는 오직 이 시기에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다.올해 축제는 방문객의 편의를 대폭 개선한 점이 눈에 띈다. 고창군은 주차요금 1만 원을 전액 '고창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상품권은 축제장 내 상점과 식당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사실상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하는 셈이다. 이는 관광객의 부담을 덜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새로운 시도다.다채로운 즐길 거리도 풍성하게 마련됐다. 덜컹거리는 트랙터 관람차를 타고 보리밭과 숲길을 둘러보는 체험은 어른 아이 모두에게 인기다. 특설무대에서는 국악과 트로트 등 흥겨운 공연이 연일 이어지고, 보리떡, 복분자, 풍천장어 등 고창의 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가 방문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전망이다.고창군은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대형버스 전용 주차장을 추가로 확보하고, 주말과 휴일에는 주요 지점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해 방문객들이 보다 편안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바가지요금 없는 깨끗한 축제 운영에도 힘쓸 방침이다.이번 축제는 '봄의 기억, 길 위에 남다'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4월 18일부터 5월 10일까지 23일간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 일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