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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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에 밀린 패션지? '악마는 프라다 2'가 본 현실

 패션 영화의 고전으로 추앙받는 전작 이후 20년의 세월을 건너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앤 해서웨이와 메릴 스트립이라는 환상의 조합이 다시 뭉친 이번 속편은 화려한 런웨이의 조명 아래 감춰진 미디어 산업의 비정한 생존 게임을 다룬다. 전편이 신입 비서의 혹독한 성장기였다면, 이번에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자부심인 종이 잡지 '런웨이'를 지켜내려는 두 여성의 연대와 고뇌에 초점을 맞춘다.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저널리스트로 우뚝 선 앤디의 귀환이다. 정리해고라는 시대적 아픔을 겪고 친정인 '런웨이'의 기획특집팀장으로 복귀한 그녀는, 이제 조회수와 광고주의 입김이 예술적 가치를 압도해버린 현실과 마주한다. 실물 잡지를 외면하는 독자들과 자본의 논리 앞에서 앤디는 과거 미란다에게 배웠던 치열함을 무기 삼아 잡지사의 몰락을 막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이는 단순한 직장 생활의 연장이 아닌, 사라져가는 가치를 수호하려는 장인의 몸부림에 가깝다.

 


하지만 관객들의 시선을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는 지점은 전설적인 편집장 미란다의 변화다. 과거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로 군림했던 그녀는 이제 노안으로 침침해진 눈을 찌푸리며 스마트폰 조작에 서툰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날카로운 독설 대신 침묵을 선택하고, 때로는 동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모습은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거장의 우아한 퇴장을 예고한다. 완벽주의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중년 여성의 외로움과 사랑스러움은 팬들에게 묘한 향수와 뭉클함을 동시에 안긴다.

 

조연진들의 활약 역시 극의 밀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다. 전편에서 미란다의 비서로 고생했던 에밀리는 이제 명품 브랜드의 유능한 임원으로 성장해 '런웨이'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반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변함없이 미란다의 곁을 지키는 나이젤은 앤디의 멘토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며 원작 팬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한다. 여기에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깜짝 등장은 패션 영화 특유의 화려한 볼거리를 충족시키며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영화가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전문가 정신'의 가치다. 침몰해가는 배와 같은 잡지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미란다와 앤디의 모습은, 효율성만을 따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자존심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한다. 누구도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동료의 가치를 발견하는 미란다의 성숙한 태도는, 전편의 성공 공식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적 담론을 담아내려는 제작진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개봉과 동시에 불거진 아시아인 캐릭터 희화화 논란은 작품의 옥의 티로 남는다. 앤디의 보조로 등장하는 중국인 캐릭터의 이름과 설정이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다양성을 중시하는 최근의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화려한 패션과 감동적인 서사 뒤에 가려진 이러한 논란이 향후 영화의 장기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궁능유적본부, 출입 통제된 서향각 내부 개방

이달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 동안 '무언자적, 왕의 아침 정원을 거닐다'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6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복잡한 도심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고궁의 아침이 선사하는 평온함과 여유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참가자들은 인적이 드문 이른 시간에 궁궐의 가장 깊숙한 곳을 거닐며 과거 왕들이 누렸던 사색의 시간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이번 관람의 가장 큰 특징은 정해진 동선을 따라 안내자의 설명을 듣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관람객 스스로가 자유롭게 발걸음을 옮기며 온전히 공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별도의 해설 없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수백 년의 세월을 간직한 고목과 맑은 연못, 그리고 고풍스러운 정자가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게 된다. 인위적인 소음이 배제된 상태에서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궁궐 특유의 여백의 미를 느끼며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다.특별 개방되는 구역들도 이번 행사의 매력을 더한다. 평상시에는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주합루 권역의 서향각이 행사 기간 동안 활짝 문을 열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또한, 후원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영화당과 애련정 역시 내부 공간을 개방하여 관람객들이 직접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를 통해 밖에서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물 내부에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자연경관을 조망하며 조선 시대 전통 건축과 조경이 이루어내는 완벽한 조화를 체감할 수 있다.관람객들의 편안한 사색을 돕기 위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후원 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부용지와 애련지 주변에는 곳곳에 의자가 배치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산책 도중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물가에 비친 정자의 모습을 바라보거나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숲의 정취를 만끽하며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만의 생각에 잠기거나 묵언의 명상을 즐기기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창덕궁은 조선의 여러 임금들이 오랜 기간 머물며 국정을 돌보았던 실질적인 법궁 역할을 수행한 역사적인 장소다. 특히 주변의 자연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산세와 물길을 그대로 살려 전각을 배치함으로써, 인공적인 요소와 자연이 가장 이상적인 조화를 이룬 한국적인 궁궐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독창성과 역사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지난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왕의 은밀한 휴식처였던 후원은 부용지, 애련지, 관람지, 옥류천 등 다양한 구역으로 나뉘어 한국 전통 정원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본 행사는 행사 기간 동안 매일 오전 7시 30분에 시작하여 9시까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다. 고궁의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안전한 관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참여 연령은 만 19세 이상의 성인으로 제한된다. 관람권 예매는 오는 8일 오후 2시부터 인터파크 티켓 웹사이트를 통해 진행되며, 쾌적한 환경을 위해 매회 입장 인원은 25명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해당 프로그램은 소정의 참가비가 발생하는 유료 행사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