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ulture

BTS RM 소장품, 미국 SFMOMA 상륙

 방탄소년단(BTS) RM이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수집해온 예술 세계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무대에 오른다. 미술관 측은 오는 10월 3일 개막하는 RM 소장전의 명칭을 'RM x SFMOMA: Between You and Me'로 확정하고, 전시를 수놓을 주요 작품 200여 점의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스타의 애장품 전시를 넘어, 조선시대 서화부터 동시대 글로벌 현대미술까지 관통하는 RM의 깊은 안목과 큐레이팅 감각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의 중심축은 RM이 각별한 애정을 쏟아온 한국 근현대미술이다. 추사 김정희의 '묵란도'와 겸재 정선의 고미술을 시작으로, RM의 예술적 멘토로 알려진 윤형근의 단색화, 장욱진의 서정적인 '강 풍경', 유영국의 강렬한 추상화 등이 대거 포함됐다. 여기에 도상봉, 박래현, 권옥연 등 한국 미술사의 거장들이 남긴 수작 150여 점이 RM의 소장품 자격으로 태평양을 건넌다. 이는 한국 미술의 스펙트럼을 미국 현지에 가장 폭넓고 깊이 있게 소개하는 이례적인 기회다.

 


이번 기획의 묘미는 RM의 개인 소장품과 SFMOMA가 보유한 세계적인 마스터피스들 사이의 유기적인 연결에 있다. 미술관이 소장한 김환기의 푸른 점화 '26-I-70'을 필두로 마크 로스코, 아그네스 마틴, 이브 클랭 등 서구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RM의 컬렉션과 한 공간에서 만난다. 특히 윤형근의 작품과 도널드 저드의 미니멀리즘 조각이 시각적 조응을 이루도록 배치한 구성은 동서양 예술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정신성을 탐구하려는 RM의 기획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RM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단순한 작품 대여자를 넘어 공동 큐레이터로서의 역량을 발휘했다. 그는 전시 제목인 '너와 나 사이'에 담긴 의미처럼, 예술이 개인의 기억과 감정을 어떻게 연결하고 치유하는지에 집중했다. 앙리 마티스와 조지아 오키프 같은 서구 거장들의 작품 옆에 한국의 근대 회화를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경계를 허물고 대화를 시도하는 새로운 방식의 관람 경험을 제안한다. 이는 RM이 평소 강조해온 '경계를 잇는 다리'로서의 예술관이 구체화된 모습이다.

 


미술계에서는 RM의 이번 행보가 한국 미술의 글로벌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M은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꾸준히 기부하며 한국 작가들을 세계에 알리는 '걸어 다니는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해왔다. SFMOMA 측은 이번 전시가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국 미술의 맥락을 미국 대중에게 전달하는 뜻깊은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M의 취향으로 엮인 200여 점의 작품들은 이제 샌프란시스코에서 전 세계 관람객과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RM은 이번 전시를 통해 동양과 서양, 근대와 현대라는 이분법적 경계를 넘어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나누고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관람객들이 자신의 소장품을 통해 예술과 개인 사이의 단단한 연결고리를 발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8월부터 시작될 티켓 예매 전쟁은 벌써부터 예고된 상태이며, 10월 샌프란시스코는 RM의 안목이 빚어낸 거대한 예술적 향연으로 물들 전망이다. 한 청년 컬렉터의 진심 어린 수집 여정은 이제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해남 도솔암, 일출·일몰 한자리서 보는 '둘레길 명당'

고 북쪽 접경지역의 DMZ 평화의 길까지 연결된 이 거대한 길은 단순히 물리적인 선을 넘어선다. 오랫동안 끊겨 있던 해안 오솔길과 구불구불한 논두렁, 포구의 둑길을 하나로 이으며 국토가 간직해 온 유구한 역사와 인문학적 가치를 복원해내는 작업이다. 도보 여행자들은 이 길 위에서 우리 땅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며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다.아득한 전체 구간 중에서도 전남 강진과 해남을 관통하는 지점은 코리아둘레길의 백미로 꼽힌다. 이곳은 남해안을 따라온 남파랑길이 마무리되고, 서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서해랑길이 새롭게 시작되는 상징적인 장소다. 대륙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인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비로소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과 정체성을 온몸으로 체감한다. 끝과 시작이 맞물리는 이 구간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이들이나 새로운 다짐이 필요한 여행객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장소로 명성이 높다.해남의 도솔암은 이 여정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명당 중 하나다. 기암괴석 사이에 위태로운 듯 평온하게 자리 잡은 이 암자는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새벽녘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과 저녁 무렵 서해로 잦아드는 낙조를 동시에 품을 수 있다는 점은 도보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깎아지른 절벽 끝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코리아둘레길이 선사하는 최고의 보상 중 하나다.인문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강진의 다산초당 역시 둘레길의 핵심 거점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생활 동안 수많은 저서를 남기며 학문을 닦았던 이곳은 남도 길에 서린 고단한 역사와 선비 정신을 상징한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초당에 들어서면 선생이 직접 판 연못과 바위에 새긴 글귀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길은 단순히 걷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인물과 대화하며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된다.코리아둘레길의 완성은 지역 경제와 문화 보존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소외되었던 작은 포구와 마을들이 길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활력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둘레길 이용객들을 위해 낡은 민박을 정비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걷기 도시락'을 개발하는 등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여행자들은 길 위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따뜻한 인심과 소박한 풍경을 통해 우리 국토에 대한 애착을 더욱 키워나간다.국토의 실핏줄을 따라 걷는 이 여정은 이제 전 국민의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쉼 없이 이어지는 파도 소리와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오는 바람은 걷는 이의 피로를 씻어준다. 남파랑길의 끝자락에서 서해랑길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 여행자는 비로소 한반도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일원임을 깨닫게 된다. 4,500km의 길 위에 새겨진 수많은 발자국은 오늘도 우리 국토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며 다음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