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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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AI 시대의 답" 국립극장 새 시즌 공개

 국립극장이 다음 달 21일부터 내년 6월까지 이어지는 '2026-2027 레퍼토리 시즌'의 화려한 막을 올린다. 이번 시즌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전통의 울림'이라는 슬로건 아래 신작 19편을 포함한 총 75편의 방대한 작품군으로 구성되었다. 8일 열린 간담회에서 국립극장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전통 예술이 지닌 본질적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12년 도입 이후 15번째를 맞이한 이번 시즌제는 그동안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동시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파격적인 실험과 장르 간 융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립창극단의 파격적인 변신이다. 오는 11월 무대에 오르는 신작 '오이디푸스'는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설정하여 인간 내면의 비극성을 더욱 깊이 있게 파고든다. 유은선 예술감독은 고전이 품은 시대를 초월한 질문들을 판소리의 음악성과 창극만의 무대 언어로 풀어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어 내년 6월에는 요나 김 연출과 손잡고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인간관계를 조명하는 신작 '춘향'을 선보이며,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미학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창단 65주년을 앞둔 국립무용단은 세대 간의 조화와 전통의 원형 보존에 집중한다. 10월 개막하는 '더블빌: 시나위'는 한국 창작춤의 대가 배정혜와 차세대 안무가 배진호가 함께 참여하여 시대의 흐름을 몸짓으로 잇는다. 배진호 안무가는 아리랑에 담긴 민족 특유의 한과 애를 호흡과 감각적인 움직임으로 재구성한 '아라'를 통해 관객과 소통할 계획이다. 김종덕 예술감독은 선후배 세대의 연륜과 혁신적인 감각이 전통이라는 틀 안에서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국악의 역사적 흐름을 짚어보는 동시에 서양 클래식과의 과감한 조우를 시도한다. 9월에 열리는 '협연의 연대기'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창작 국악의 발전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특히 11월에는 클래식 지휘자 홍석원이 지휘봉을 잡는 '2026 디스커버리'가 기대를 모은다. 서양 음악의 체계와 우리 전통 음악의 영혼을 융합시켜 장르적 혁신을 보여주겠다는 홍 지휘자의 도전은 국악관현악의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가치를 담은 무장애(Barrier-free) 음악극 '옹옹옹'의 등장도 주목할 만하다. 백상예술대상 수상 경력의 강훈구 연출이 고전 소설 '옹고집전'을 현대적으로 비튼 이 작품은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유쾌한 코미디로 풀어낸다. 전통 마당극의 형식을 빌리면서도 현대적인 음악적 요소를 결합해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보여줄 예정이다. 누구나 장벽 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지향하는 이번 무대는 예술의 공공성을 실천하며 관객들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시즌 발표에서는 극장장 공석 장기화에 따른 보수적 라인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으나, 국립극장 측은 검증된 레퍼토리의 힘을 강조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김석일 직무대리는 '귀토'와 '향연' 등 이미 완성도를 인정받은 대표작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시즌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답변했다. 새 극장장 임명 이후 미비한 점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약속과 함께, 국립극장은 전통의 뿌리에서 돋아난 혁신의 가지들이 어떻게 동시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증명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귀신과 춤을" 테마파크 점령한 K-호러 열풍

통 설화를 재해석한 'K-호러'와 첨단 기술을 결합한 야간 체류형 콘텐츠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롯데월드와 서울랜드, 한국민속촌 등 주요 업체들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 체험을 전면에 내세워, 낮에는 시원한 피서를 즐기고 밤에는 오싹한 납량 특집을 만끽하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롯데월드는 전통 요괴를 테마로 한 '봉인해제: 요괴 대소동'을 통해 차별화된 여름을 선사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의 얼굴을 요괴로 바꿔주는 이색 체험부터 K-팝과 호러를 결합한 화려한 공연까지 다채로운 라인업을 갖췄다. 특히 민속박물관 전체를 무대로 활용한 몰입형 공연은 관람객이 직접 이야기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전략은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방문객이 7%나 늘어나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서울랜드 역시 한국적인 공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맞불을 놨다. 저승사자와 처녀귀신, 두억시니 등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 귀신 캐릭터들을 총동원해 관람객과 함께 춤을 추거나 노래자랑을 벌이는 참여형 콘텐츠를 강화했다. 단순히 무섭기만 한 체험에서 벗어나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해 귀신을 찾아내는 등 놀이 요소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열대야를 피해 야간 여가를 즐기려는 가족과 연인 단위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전통 문화의 산실인 한국민속촌은 그 특성을 살려 국내 최대 규모의 공포 축제인 '심야공포촌'을 가동 중이다. 겨울철 눈썰매장을 물놀이장으로 변신시켜 낮의 열기를 식히고, 밤에는 민속마을 전역에서 귀신이 출몰하는 오싹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공포 체험과 더불어 전통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을 연계해 오감을 만족시키는 체류형 관광 모델을 제시했다. 민속촌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밤이 되면 극강의 공포로 변하는 반전 매력이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제주신화월드 또한 야간 개장과 함께 한국형 귀신이 출몰하는 '귀몽' 콘텐츠를 선보이며 여름 밤의 열기를 식힌다. 리얼한 공포를 선사하는 고스트존과 비보이 공연 및 불꽃놀이가 어우러진 세이브존을 구분하여, 공포를 즐기는 층과 화려한 볼거리를 원하는 층을 동시에 공략한다. 서양의 핼러윈과는 차별화된 한국 특유의 납량 문화를 테마파크에 이식함으로써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여름밤의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테마파크 업계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몰입형 체험'이라는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정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관람객들이 수동적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직접 체험하고 반응하는 형태의 콘텐츠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낮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연속성 있는 프로그램 구성은 관람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테마파크들은 앞으로도 K-컬처와 결합한 독창적인 호러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