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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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사문진 가을밤 수놓는다

 대구 달성군 사문진 나루터의 가을밤을 수놓을 웅장한 피아노 선율이 다시 돌아온다. 달성문화재단은 오는 10월 3일 오후 7시, 사문진 상설야외공연장에서 지역의 독보적인 문화 브랜드인 ‘2026 달성 100대 피아노’를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축제는 126년 전 사문진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피아노가 들어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행사로, 지난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로컬100’에 선정된 이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음악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 공연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3년간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다시 한번 예술감독을 맡아 지휘봉을 잡는다. 여기에 국제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피아니스트 김홍기, 박연민, 정한빈이 파트리더로 합류해 공연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100명의 피아니스트가 선보이는 대규모 앙상블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달성군만의 압도적인 시각적·청각적 장관을 연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무대의 가장 큰 특징은 100대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조화로운 협연이다. 지휘자 김광현이 이끄는 ‘달성 피아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라 피아노 앙상블과 호흡을 맞추며 더욱 풍성하고 입체적인 사운드를 구현한다. 모든 연주는 녹음된 음원 없이 전곡 라이브로 진행되어 야외 공연 특유의 생동감과 현장감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예정이다. 클래식의 엄숙함을 넘어 대중과 호흡하는 열린 음악회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재단 측의 구상이다.

 

관객들의 취향을 고려한 장르 간의 경계 허물기도 눈에 띈다. 정통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와 대중음악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협연이 준비되어 있다.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 콰르텟과 독보적인 보컬리스트 웅산이 함께하는 재즈 무대는 가을밤의 낭만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감성적인 음악으로 폭넓은 팬덤을 보유한 듀오 멜로망스가 출연을 확정 지으며,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마련될 전망이다.

 


공연 외에도 축제를 찾은 시민들을 위한 즐길 거리가 대폭 확충된다. 재단은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인 이른 오후부터 사문진 일원에서 다양한 거리공연과 관객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문진의 역사적 의미를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자긍심을, 관광객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달성군은 이번 축제를 통해 사문진의 역사적 상징성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지역의 문화적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사문진이 국내 최초의 피아노 유입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군민과 관광객들이 예술의 감동을 함께 나누는 성공적인 축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100대의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웅장한 울림은 오는 10월 대구의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예정이며, 사문진 나루터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 음악의 중심지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K-팝의 원류를 찾아, 고령 가야금길의 울림

에도 박물관 입구의 정원 그네는 방문객들에게 잠시 쉬어갈 여유를 제공한다. 이곳에서 가야금 선율로 재해석된 현대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바람은 천 년 전 가야의 소리가 현재와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몸소 체험하게 한다.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을 품은 가야금의 소리는 낯선 멜로디조차 한국적인 서정성으로 감싸 안으며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우륵 박물관은 가야금의 창시자인 우륵의 생애와 전통 현악기의 역사를 집대성한 문화 공간이다. 과거 대가야의 가실왕은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묶기 위해 우륵에게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12곡을 짓게 했으나, 조국의 쇠락을 막지는 못했다. 결국 우륵은 가야금을 품에 안고 신라로 망명하는 선택을 내린다. 적국의 예술가를 귀하게 여긴 진흥왕의 혜안과 예술의 혼을 지키려 했던 우륵의 결단 덕분에 가야의 소리는 신라 궁중음악으로 거듭나 오늘날까지 그 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박물관 내부에는 정악 가야금부터 산조 가야금, 그리고 현대적으로 개량된 25현 가야금까지 악기의 변천사가 입체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오동나무 재료의 건조 과정부터 명주실을 꼬아 만드는 제작 공법, 부위별 명칭에 담긴 의미를 살피다 보면 가야금이라는 악기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하나의 생명력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거문고와 해금 등 다른 전통 악기들과의 음색 비교를 통해 국악의 풍성한 앙상블을 이해할 수 있으며, 아담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가야금의 세계를 깊이 있게 통찰하기에 부족함이 없다.예술이 지닌 사회적 위상을 짐작게 하는 유물들도 눈길을 끈다. 전시된 백제금동대향로 복제품의 뚜껑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다섯 악사의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데, 이는 고대 사회에서 음악가들이 사람과 동식물 위에 배치될 만큼 높은 지위를 누렸음을 시사한다. 향로 속 현악기 연주자의 모습은 우리 민족이 아주 오래전부터 가무를 즐기며 예술적 감성을 키워왔음을 증명하는 사료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유물을 대하는 과정은 관람객들에게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박물관 옆에 위치한 소리 체험관은 한국을 넘어 세계의 현악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확장된 공간이다. 몽골 유목민의 애환이 담긴 마두금의 애절한 선율부터 인도의 시타르, 미얀마의 사웅가욱 등 각국의 독특한 현악기들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악기의 외형뿐만 아니라 실제 연주 장면과 소리를 영상으로 접할 수 있어, 현악기라는 공통된 매개체가 인류의 다양한 삶을 어떻게 표현해왔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이는 가야금이 지닌 보편적인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령 우륵 박물관 답사는 잊혀가는 전통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비극적인 시대를 예술로 승화시킨 우륵의 삶은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근본을 잃지 않는 삶의 태도를 일깨워준다. 초록 바람이 부는 그네에 앉아 가야금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천 년의 세월을 건너온 울림이 현대의 감성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순간을 맛보게 된다. 대가야의 혼이 서린 이곳은 무더운 여름, 마음의 위안을 찾는 이들에게 담백하고 아정한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