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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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 홀린 한강… 이자벨 위페르와 특급 만남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한강이 프랑스 아비뇽 연극축제 무대에 올라 자신의 문학적 세계관과 창작 철학을 공유하며 현지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현지시간으로 12일, 제80회 아비뇽 연극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 참석한 한 작가는 글쓰기에 담긴 개인적 고뇌와 사회적 메시지의 상관관계에 대해 심도 있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서사와 정치적인 서사가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의 작품들이 가진 층위가 어떻게 독자들에게 전달되는지를 설명했다.

 

한강 작가는 자신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예로 들어 설명의 깊이를 더했다. 표면적으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고통과 내면을 다룬 듯 보이는 '채식주의자' 역시 본질적으로는 매우 정치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반대로 역사적 비극과 사회적 아픔을 정면으로 다룬 '소년이 온다'의 경우, 타인들은 이를 사회적 소설이라 규정할지라도 작가 자신에게는 무엇보다 개인적이고 내밀한 소설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는 문학이 인간의 삶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경계가 무의미함을 시사한다.

 


올해 아비뇽 축제는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어를 '초청 언어'로 선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러한 특별한 배경 속에서 한강 작가는 축제의 주요 인사로 초청되어 한국 문학의 깊이를 유럽 예술계에 알리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오는 15일과 16일에는 교황청명예극장에서 그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현지의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이번 낭독 공연은 출연진의 면면만으로도 전 세계 예술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연극계의 거목 이혜영이 낭독자로 나서 한강의 문장을 입체적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언어와 국적은 다르지만 예술적 깊이를 공유하는 두 배우의 만남은 한강 작가의 텍스트가 가진 보편적인 힘을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자신의 글이 목소리를 통해 공간에 울려 퍼지는 과정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했다.

 


스스로를 어떤 작가로 정의하느냐는 질문에 한 작가는 '질문하는 작가'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소설을 쓰는 과정이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해 끊임없이 다음 질문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철학적인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인간과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멈추지 않는 것이 자신의 창작 동력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정답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유를 뒷받침한다.

 

현재 차기작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 작가는 머릿속에 구상 중인 소설이 세 편 정도 있지만, 작품을 완성하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 신중하게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창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음을 시사해 향후 행보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아비뇽의 밤을 수놓은 그의 문학적 담론은 한국어라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K-팝의 원류를 찾아, 고령 가야금길의 울림

에도 박물관 입구의 정원 그네는 방문객들에게 잠시 쉬어갈 여유를 제공한다. 이곳에서 가야금 선율로 재해석된 현대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바람은 천 년 전 가야의 소리가 현재와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몸소 체험하게 한다.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을 품은 가야금의 소리는 낯선 멜로디조차 한국적인 서정성으로 감싸 안으며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우륵 박물관은 가야금의 창시자인 우륵의 생애와 전통 현악기의 역사를 집대성한 문화 공간이다. 과거 대가야의 가실왕은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묶기 위해 우륵에게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12곡을 짓게 했으나, 조국의 쇠락을 막지는 못했다. 결국 우륵은 가야금을 품에 안고 신라로 망명하는 선택을 내린다. 적국의 예술가를 귀하게 여긴 진흥왕의 혜안과 예술의 혼을 지키려 했던 우륵의 결단 덕분에 가야의 소리는 신라 궁중음악으로 거듭나 오늘날까지 그 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박물관 내부에는 정악 가야금부터 산조 가야금, 그리고 현대적으로 개량된 25현 가야금까지 악기의 변천사가 입체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오동나무 재료의 건조 과정부터 명주실을 꼬아 만드는 제작 공법, 부위별 명칭에 담긴 의미를 살피다 보면 가야금이라는 악기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하나의 생명력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거문고와 해금 등 다른 전통 악기들과의 음색 비교를 통해 국악의 풍성한 앙상블을 이해할 수 있으며, 아담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가야금의 세계를 깊이 있게 통찰하기에 부족함이 없다.예술이 지닌 사회적 위상을 짐작게 하는 유물들도 눈길을 끈다. 전시된 백제금동대향로 복제품의 뚜껑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다섯 악사의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데, 이는 고대 사회에서 음악가들이 사람과 동식물 위에 배치될 만큼 높은 지위를 누렸음을 시사한다. 향로 속 현악기 연주자의 모습은 우리 민족이 아주 오래전부터 가무를 즐기며 예술적 감성을 키워왔음을 증명하는 사료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유물을 대하는 과정은 관람객들에게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박물관 옆에 위치한 소리 체험관은 한국을 넘어 세계의 현악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확장된 공간이다. 몽골 유목민의 애환이 담긴 마두금의 애절한 선율부터 인도의 시타르, 미얀마의 사웅가욱 등 각국의 독특한 현악기들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악기의 외형뿐만 아니라 실제 연주 장면과 소리를 영상으로 접할 수 있어, 현악기라는 공통된 매개체가 인류의 다양한 삶을 어떻게 표현해왔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이는 가야금이 지닌 보편적인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령 우륵 박물관 답사는 잊혀가는 전통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비극적인 시대를 예술로 승화시킨 우륵의 삶은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근본을 잃지 않는 삶의 태도를 일깨워준다. 초록 바람이 부는 그네에 앉아 가야금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천 년의 세월을 건너온 울림이 현대의 감성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순간을 맛보게 된다. 대가야의 혼이 서린 이곳은 무더운 여름, 마음의 위안을 찾는 이들에게 담백하고 아정한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