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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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미술관의 변신…빛으로 쓴 40년의 기록

 청계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올해로 개관 40주년을 맞이하며 빛과 예술이 어우러진 특별한 축제를 연다. 이번 기념전 ‘빛의 상상들’은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자연과 건축, 그리고 인간의 시각적 경험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실험의 장이다. 전시는 화이트 큐브 형태의 전형적인 전시장 내부뿐만 아니라 미술관 통로와 옥상 정원, 드넓은 야외 조각공원까지 아우르며 관람객들에게 입체적인 예술 경험을 선사한다. 숲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들이 빛의 예술가들에 의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

 

전시의 중심에는 세계 미술계를 호령하는 거장들의 빛의 향연이 자리한다. 특히 ‘빛의 구도자’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대작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후 처음으로 일반 대중에게 베일을 벗었다. LED 조명과 반투명 소재를 활용한 그의 작품은 2시간 넘게 서서히 색을 바꾸며 관람객의 공간 지각 능력을 흔들어 놓는다. 둥근 원형 전시장 전체를 채운 오묘한 빛의 변화는 마치 현실 세계를 벗어나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는 듯한 신비로운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거장의 손길로 빚어낸 빛은 단순한 시각 매체를 넘어 명상적 체험으로 승화된다.

 


프랑스 현대미술의 선구자 필립 파레노의 설치 작품 ‘마퀴’는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을 맞이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극장 전광판을 연상시키는 이 조명 작품은 특별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은 채 리드미컬하게 깜빡거리며 무언가 시작될 것 같은 설렘을 안긴다. 미술관 측은 이 작품을 관람객을 예술의 세계로 인도하는 초대장으로 배치했다. 다만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작품 특성상 특정 시간대에만 가동되므로 방문 전 관람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파레노의 빛을 지나면 과천관의 상징인 백남준의 거대 탑과 마주하게 된다.

 

착시 현상을 이용해 무한한 공간감을 선사하는 이반 나바로의 작업은 관람객들에게 시각적 즐거움과 동시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네온과 거울을 교차시켜 끝없이 깊어 보이는 구멍을 만들어내는 그의 작품은 작가의 고향인 칠레의 군사독재 시절 기억과 불안, 그리고 미래를 향한 희망을 동시에 담고 있다. 화려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이 만들어내는 깊은 어둠은 부재와 존재의 경계를 허물며 관람객의 감정을 자극한다. 현대적인 기술 뒤에 숨겨진 작가의 자전적 서사는 빛이라는 매체가 가진 서사적 힘을 증명해 보인다.

 


미디어아트의 신성 김아영 작가는 미술관 3층 연결 다리를 가상의 시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가상의 도시를 누비는 배달원의 여정을 담은 영상 작품은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복합적인 시각 경험을 제공하며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실내 전시가 끝나면 야외로 이어지는 ‘머무는 자리’ 프로젝트가 기다린다. 김하늘, 하지훈 등 젊은 작가 5인이 제작한 예술 의자들은 조각공원 곳곳에 배치되어 관람객이 직접 앉아 쉬며 자연과 예술을 감상할 수 있게 돕는다. 버려진 스티로폼 상자를 재활용한 소파 등 친환경적 가치를 담은 작품들은 미술관의 미래 지향점을 보여준다.

 

40주년을 맞은 과천관은 야간 탐사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행사로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밤의 미술관을 탐험하는 특별한 경험은 평소 보지 못했던 공간의 뒷모습을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1986년 건축가 김태수의 설계로 완성된 이후 숲과 예술의 조화를 추구해온 과천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지난 40년의 유산을 되새기고 새로운 40년을 향한 빛의 이정표를 세웠다. 저렴한 관람료로 거장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내년 가을까지 이어지며 과천의 숲을 예술의 빛으로 계속해서 물들일 예정이다.

 

이성계도 반한 푸른 숲, 횡성 청태산서 즐기는 피서

, 자연이 선사하는 천연 냉기를 온몸으로 만끽하는 치유의 여정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척추를 따라 흐르는 백두대간과 영남의 깊은 골짜기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얼음장 같은 물줄기와 울창한 초록 차양막을 드리운 명산들이 등산객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충북 영동과 전북 무주, 경북 김천이 맞닿은 민주지산은 이름 그대로 사방에서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넉넉한 품을 가졌다. 해발 1,242m의 고산임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암릉 대신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져 여름철 산행의 피로도를 덜어준다. 특히 북쪽 자락의 물한계곡은 이름처럼 물이 너무 차가워 오래 발을 담그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냉기를 자랑한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하게 들어선 원시림은 강렬한 햇볕을 차단해 주며, 삼도봉 정상에 서면 세 갈래의 문화와 방언이 교차하는 화합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백두대간의 웅장한 기운을 느끼고 싶다면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의 경계에 솟은 대야산이 제격이다. 속리산국립공원의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은 거대한 화강암 암릉미가 돋보이는 산이다. 대야산의 여름을 완성하는 것은 단연 용추계곡과 선유동계곡이다. 오랜 세월 물살이 빚어낸 하트 모양의 용추폭포는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을 선사하며, 조선 시대 학자 이덕형이 사랑했던 선유동계곡은 고즈넉한 풍류를 더한다. 육산의 부드러움과 골산의 거친 매력을 동시에 지닌 대야산은 8월 산행의 반전미를 보여준다.영남의 숨은 보석으로 불리는 밀양 구만산은 거대한 수직 절벽이 만들어낸 협곡미가 일품이다. 임진왜란 당시 구만 명의 백성이 피신해 목숨을 구했다는 전설이 내려올 만큼 계곡이 깊고 험준하다. 남쪽의 통수골 계곡은 수백 미터 높이의 화강암 벼랑이 양옆으로 솟아 있어 마치 설악산의 천불동계곡을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좁은 협곡 사이로 불어오는 차가운 산바람은 외부 기온보다 훨씬 낮은 온도를 유지하며, 거대한 바위 벽이 천연 차양막 역할을 해 뙤약볕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강원도 횡성의 청태산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그 푸른 이끼와 울창한 숲에 반해 이름을 붙였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국내 1세대 국립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될 만큼 숲의 보존 상태가 뛰어나며, 해발 1,200m에 달하는 고지대는 대도시보다 평균 기온이 5~6도 이상 낮아 피서 산행에 최적화되어 있다. 태백산맥을 넘어오는 시원한 영동의 바람은 한여름의 열기를 식혀주고, 경사가 완만한 육산의 특성상 체력 소모가 적어 초보자나 가족 단위 등산객들도 부담 없이 숲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여름 산행은 철저한 준비와 안전 수칙 준수가 필수적이다. 아무리 시원한 계곡이라도 갑작스러운 폭우에 고립될 위험이 있으므로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야 하며, 충분한 수분 섭취와 적절한 휴식을 병행해야 한다. 자연이 빚어낸 천연 냉장고 속에서 땀을 식히며 걷는 시간은 폭염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8월의 명산들이 선사하는 짙푸른 초록의 위로를 받으며 남은 여름을 건강하게 이겨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