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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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부터 한강까지, 아비뇽 점령한 한국 예술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예술의 힘이 프랑스 아비뇽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세계 최고의 공연예술 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소리꾼 이자람은 판소리 특유의 흡입력으로 현지 관객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이자람은 공연 전 관객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했으며, 부채 하나와 몸짓만으로 말의 움직임을 실감 나게 묘사해 객석의 환호를 끌어냈다. 자막 없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현지 관객들의 찬사는 우리 전통 예술이 가진 보편적 호소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지 관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이자람의 요청에 따라 관객들이 입으로 직접 바람 소리를 내며 공연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이번 축제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판소리 가락에 맞춰 하나가 된 관객들은 한국 관객보다 더 적극적인 추임새로 무대를 완성했다. 이러한 열광적인 호응 덕분에 이번 축제에 초청된 몇몇 한국 작품들은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다른 유럽 유수의 페스티벌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번 축제의 정점은 아비뇽의 상징인 교황청 명예의 뜰에서 열린 낭독극 '새'였다. 쏟아지는 별빛 아래 성스러운 석벽을 배경으로 배우 이혜영과 프랑스의 대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낭독했다. 두 배우는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번갈아 가며 제주 4·3 사건의 아픔을 읽어 내려갔고, 공연 말미에 한강 작가가 직접 무대에 오르자 2,000여 명의 관객은 깊은 정적 속에서 역사의 비극에 공감했다. 한국 문학의 깊이가 유럽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순간이었다.

 

유럽 연출가들 역시 한국 문학이 지닌 독특한 서사 구조와 시적 표현력에 매료되었다. 이탈리아의 다리아 데플로리안은 한강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신작을 선보이며, 사적인 고통과 국가적 폭력을 절묘하게 섞어내는 작가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축제 본부가 운영하는 서점에는 프랑스어로 번역된 한강의 소설을 비롯해 조남주, 이문열, 천명관 등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전면에 배치되어 현지인들의 손길을 기다렸다. 이는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대중문화를 넘어 순수 문학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술과 영화 분야에서도 한국 예술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교황청 내부에서 열린 이우환 작가의 전시 '렐라툼'은 700년 역사의 공간에 고요한 전율을 선사했다. 거대한 석판이 대예배당 바닥을 채운 모습은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감을 만들어내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와 함께 봉준호, 박찬욱 등 거장들의 영화가 연달아 상영되면서 아비뇽은 명실상부 한국 예술의 모든 장르가 어우러진 거대한 전시장으로 변모했다.

 

아비뇽 연극제라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확인된 한국 예술의 저력은 단순히 일회성 유행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전통 판소리부터 현대 문학, 거장의 미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한국적 색채가 담긴 콘텐츠들은 유럽 관객들에게 신선한 예술적 자극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다. 축제 기간 내내 이어진 뜨거운 관심은 한국 예술이 세계 문화의 주류 속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음을 시사하며, 앞으로 더 넓은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성계도 반한 푸른 숲, 횡성 청태산서 즐기는 피서

, 자연이 선사하는 천연 냉기를 온몸으로 만끽하는 치유의 여정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척추를 따라 흐르는 백두대간과 영남의 깊은 골짜기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얼음장 같은 물줄기와 울창한 초록 차양막을 드리운 명산들이 등산객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충북 영동과 전북 무주, 경북 김천이 맞닿은 민주지산은 이름 그대로 사방에서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넉넉한 품을 가졌다. 해발 1,242m의 고산임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암릉 대신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져 여름철 산행의 피로도를 덜어준다. 특히 북쪽 자락의 물한계곡은 이름처럼 물이 너무 차가워 오래 발을 담그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냉기를 자랑한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하게 들어선 원시림은 강렬한 햇볕을 차단해 주며, 삼도봉 정상에 서면 세 갈래의 문화와 방언이 교차하는 화합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백두대간의 웅장한 기운을 느끼고 싶다면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의 경계에 솟은 대야산이 제격이다. 속리산국립공원의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은 거대한 화강암 암릉미가 돋보이는 산이다. 대야산의 여름을 완성하는 것은 단연 용추계곡과 선유동계곡이다. 오랜 세월 물살이 빚어낸 하트 모양의 용추폭포는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을 선사하며, 조선 시대 학자 이덕형이 사랑했던 선유동계곡은 고즈넉한 풍류를 더한다. 육산의 부드러움과 골산의 거친 매력을 동시에 지닌 대야산은 8월 산행의 반전미를 보여준다.영남의 숨은 보석으로 불리는 밀양 구만산은 거대한 수직 절벽이 만들어낸 협곡미가 일품이다. 임진왜란 당시 구만 명의 백성이 피신해 목숨을 구했다는 전설이 내려올 만큼 계곡이 깊고 험준하다. 남쪽의 통수골 계곡은 수백 미터 높이의 화강암 벼랑이 양옆으로 솟아 있어 마치 설악산의 천불동계곡을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좁은 협곡 사이로 불어오는 차가운 산바람은 외부 기온보다 훨씬 낮은 온도를 유지하며, 거대한 바위 벽이 천연 차양막 역할을 해 뙤약볕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강원도 횡성의 청태산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그 푸른 이끼와 울창한 숲에 반해 이름을 붙였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국내 1세대 국립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될 만큼 숲의 보존 상태가 뛰어나며, 해발 1,200m에 달하는 고지대는 대도시보다 평균 기온이 5~6도 이상 낮아 피서 산행에 최적화되어 있다. 태백산맥을 넘어오는 시원한 영동의 바람은 한여름의 열기를 식혀주고, 경사가 완만한 육산의 특성상 체력 소모가 적어 초보자나 가족 단위 등산객들도 부담 없이 숲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여름 산행은 철저한 준비와 안전 수칙 준수가 필수적이다. 아무리 시원한 계곡이라도 갑작스러운 폭우에 고립될 위험이 있으므로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야 하며, 충분한 수분 섭취와 적절한 휴식을 병행해야 한다. 자연이 빚어낸 천연 냉장고 속에서 땀을 식히며 걷는 시간은 폭염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8월의 명산들이 선사하는 짙푸른 초록의 위로를 받으며 남은 여름을 건강하게 이겨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