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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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개인전, 사진을 물질로 얼리다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영원으로 남기지만, 성서 작가는 그 찰나를 다시 투명한 물질 속에 가둠으로써 시간의 무게를 시각화한다. 서울 강남구 칼리파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Frozenism: Frozen Legacy' 전시는 사진 이미지를 레진, 아크릴, 에폭시와 결합해 하나의 입체적인 조각적 구조물로 변모시킨 결과물들을 선보인다. 작가가 2010년부터 일관되게 추진해온 '프로즌이즘'은 사진을 단순한 평면적 기록물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이 응결된 하나의 독립된 물질로 바라보는 독창적인 개념예술 체계다.

 

이번 전시의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인류의 집단기억을 송두리째 바꾼 역사적 사건들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포화부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 9·11 테러의 충격,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인류가 겪은 거대한 변화의 지점들을 포착했다. 그러나 성서는 사건의 참혹함을 자극적으로 재현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사건들이 사회와 개인의 삶 속에 남긴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흔적을 투명한 층 안에 봉인함으로써 관람객이 시간의 단면을 직접 마주하게 유도한다.

 


전시장에 놓인 작품들은 보존과 정지, 그리고 소멸과 변형이라는 네 가지 상태를 통해 기억의 속성을 탐구한다. 투명한 물질 속에 갇힌 사진은 외부로부터 완벽히 차단되어 영구히 보존되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빛의 굴절과 물질의 질감에 의해 끊임없이 변형된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이는 기억이 고정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새로운 의미로 태어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관람객은 사진을 '보는' 행위를 넘어, 층층이 쌓인 시간의 두께를 '체험'하게 된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재난의 기록들은 작가의 손을 거쳐 차갑고 단단한 유산으로 재구성되었다. 작가는 이러한 역사적 비극들이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우리 세대가 짊어지고 가야 할 '얼어붙은 유산'임을 강조한다. 투명한 에폭시 속에 잠긴 재난의 이미지는 정지된 시간 속에서 기묘한 정적을 만들어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그날의 공포와 슬픔을 차분한 사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게 만든다.

 


성서의 작업은 디지털 시대에 범람하는 휘발성 강한 이미지들에 대한 예술적 저항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속에서 쉽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사진들과 달리, 그의 '프로즌이즘' 작품들은 만질 수 있는 실체로서 존재하며 시간의 물리적 형태를 증명한다. 이미지를 물질화하는 이 치열한 과정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기록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는 8월 14일까지 칼리파갤러리에서 계속된다. 인류의 영광과 상처가 뒤섞인 역사적 순간들이 투명한 물질 속에서 어떻게 영원성을 획득하는지 목격할 수 있는 기회다. 작가가 15년 넘게 천착해온 시간의 고고학적 탐구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단단한 철학적 지지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묵호 골목서 만난 고양이, 시간의 흔적 쫓다

전시와 휴식 공간을 연계한 새로운 도보 여행 코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기획은 단순한 관광지 방문을 넘어 예술 작품을 통해 삶의 궤적을 돌아보고, 주민들이 운영하는 공간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묵호만의 독특한 매력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예술적 감성을 채워줄 첫 번째 장소는 발한지구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갤러리바란'이다. 이곳에서는 오는 28일부터 8월 18일까지 마르스 작가의 특별전 '시간의 흔적'이 개최된다. 작가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인 고양이를 매개로 시간 속에 켜켜이 쌓인 기억과 감정의 변화를 독창적인 화법으로 그려냈다. 관람객들은 캔버스 속 고양이의 눈망울과 몸짓을 따라가며 각자의 내면에 머물러 있던 삶의 흔적과 소중한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전시를 관람한 뒤 발걸음을 옮기면 묵호의 또 다른 고양이 공간인 '묵꼬양치유카페'에 닿는다. 이곳은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고 운영하는 시설로, 묵호를 찾은 관광객들이 여행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한다. 카페 곳곳에 스며든 고양이 테마의 인테리어와 소품들은 방문객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선사한다. 묵호의 좁은 골목과 푸른 바다를 충분히 둘러본 뒤 이곳에서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는 여행의 완성을 돕는다.동해시는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갤러리바란에서 묵꼬양치유카페로 이어지는 소규모 도보 여행 코스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두 공간은 '고양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공유하면서도 한 곳은 예술적 성찰을, 다른 한 곳은 실질적인 휴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상호 보완적인 매력을 지닌다. 이는 도시재생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공간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지역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훌륭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시는 이번 기획이 여름철 묵호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바다 이외의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묵호 특유의 예스러운 골목 풍경과 현대적인 예술 전시가 어우러지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양이를 사랑하는 애묘인들에게는 묵호가 반드시 방문해야 할 '성지'로 각인될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이러한 감성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묵호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갈 방침이다.고양이라는 친숙한 매개체는 낯선 여행지와 방문객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훌륭한 가교가 된다. 묵호의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작품 속 고양이와 눈을 맞추고, 치유 카페에서 고양이의 온기를 닮은 휴식을 취하는 과정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단단한 위로가 된다. 동해시는 이번 전시와 카페 연계 운영을 통해 묵호가 지닌 따뜻한 정서와 도시재생의 성과를 널리 알리고, 관광객들이 묵호만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