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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엔드 덮친 K-뮤지컬, '유앤잇'의 반전 흥행

 대구의 작은 연습실에서 태동한 창작 뮤지컬 '유앤잇(YOU & IT)'이 세계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국 런던 오프웨스트엔드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지난 20일 킹스 헤드 극장에서 막을 올린 이 작품은 첫 공연부터 객석의 90%를 채우며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이번 성과는 한국 프로덕션이 그대로 건너가 공연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영국의 창작진과 배우들이 참여해 현지 정서에 맞게 새롭게 제작된 '현지화 모델'이라는 점에서 국내 공연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작품은 사별한 아내의 기억을 이식한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와 그 곁을 지키는 남편의 이야기를 다룬 2인극이다. 2019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기술 발전과 함께 더욱 현실적인 소재로 진화해 왔다. 원작자인 이응규 이지뮤지컬컴퍼니 대표는 기획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초기 작업 폴더명을 '해외진출작'으로 설정했을 만큼, 세계 무대를 향한 철저한 준비가 오늘의 결실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런던 공연을 준비하며 제작진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선 '문화적 치환'이다. 한국어 가사와 대사의 호흡을 영어권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현지 작사팀 및 음악팀과 긴밀히 협업했다. 극의 속도감과 유머 코드를 영국식으로 재구성하면서도, 원작이 가진 본질적인 슬픔과 사랑의 감정은 훼손하지 않았다. 이는 한국 창작 뮤지컬이 글로벌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해 거쳐야 할 필수적인 현지화 과정을 모범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흥미로운 점은 현지화 전략 속에서도 작품의 배경인 대구 북성로나 한옥, 바둑 같은 한국적 요소들을 고집스럽게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이 대표는 이러한 요소들이 인물들의 기억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장치라고 판단했다. 런던 관객들에게 이 이야기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작품의 독창성을 높이는 전략이 된 셈이다. 낯선 한국의 공간적 배경은 AI라는 미래지향적 소재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영국 관객들에게 신선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출연진 구성 역시 작품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아시아계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올리비에 어워드 후보에 올랐던 프랜시스 메일리 매캔과 실력파 배우 재커리 팡이 각각 미나와 규진 역을 맡아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다. 이들은 한국적인 정서가 녹아있는 대사를 영국식 발성으로 소화하며 동서양의 조화를 이끌어냈다. 현지 평단은 AI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한국적 미장센으로 풀어낸 연출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번 '유앤잇'의 성공적인 런던 입성은 지역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서울이라는 거점을 거치지 않고도 지역만의 고유한 서사가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몸소 증명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장소와 사람의 이야기를 단단하게 구축한다면, 국경을 넘어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9월 말까지 이어질 런던 공연의 성과가 향후 브로드웨이 진출로 이어질지 전 세계 뮤지컬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성수동 넘어 건대까지, 팝업 성지 지도 바뀐다

어 방문이나 특정 지역의 맛집을 찾아 떠나는 '빵지순례', 개성을 드러내는 '꾸미기' 열풍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강력한 상권을 형성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서울의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대전, 김천, 양양 등 전국으로 확산하며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서울의 경우 성수동이 있는 성동구가 경험 마케팅의 절대적인 중심지로 군림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전체에서 열린 팝업스토어 4건 중 1건이 성동구에 집중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겁다. 특히 성수동의 핵심 상권인 연무장길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팝업 열풍은 서울숲과 뚝섬을 넘어 동쪽인 건대입구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다. 이는 브랜드들이 단순히 제품을 노출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에게 얼마나 차별화된 공간 경험을 선사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점을 시사한다.실제로 경험과 소비가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 시너지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성수동 상권의 단위 면적당 매출은 전통적인 강자인 강남을 압도하고 있다. 패션 업종의 경우 성수의 평당 매출이 강남보다 3.8배나 높았으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역시 성수가 강남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접근성이 좋은 곳보다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거리가 풍부한 곳에서 지갑을 더 기꺼이 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지역 상권 역시 고유의 콘텐츠를 무기로 외지인을 불러모으고 있다. 대전은 성심당이라는 강력한 IP를 활용해 전국적인 '빵지순례'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통계에 따르면 대전의 외지인 방문객과 관광 소비 증가율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특히 성심당 본점이 위치한 중구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김천 또한 지역 특색을 살린 김밥축제를 통해 인구수를 뛰어넘는 인파를 끌어모으며 문화관광축제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는 등 콘텐츠의 힘을 증명해냈다.강원 양양과 충남 예산 역시 경험 소비의 수혜를 톡톡히 입은 지역들이다. 서핑의 성지로 불리는 양양은 성수기 체류 인구가 등록 인구의 27배에 달하며 강원도 전체 카드 사용액의 절반 이상을 견인하는 기염을 토했다. 예산시장 또한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와 협업한 대대적인 정비 이후 2030 세대의 필수 방문 코스로 급부상했다. 재개장 이후 누적 방문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죽어가던 전통시장이 어떻게 경험의 성지로 부활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었다.전문가들은 앞으로 소비자 경험 설계 능력이 브랜드와 지역의 생존을 결정짓는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빠르게 변하고 유사한 경험에는 쉽게 실증을 느끼는 특성상, 상품이나 지역 고유의 매력을 체감할 수 있는 정교한 기획이 필수적이다. 결국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단 하나뿐인 경험'을 제공하는 곳만이 치열한 상권 경쟁에서 살아남아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