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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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전쟁터가 소리판으로…ACC 판소리 ‘적벽’

전통 판소리 ‘적벽가’가 현대 무대 언어를 입고 새롭게 관객을 만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판소리 연작 시리즈 네 번째 작품으로 ‘적벽-붉은 강’을 선보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오는 11일과 12일 이틀간 ACC 예술극장에서 ACC 판소리 시리즈 ‘적벽-붉은 강’을 공연한다고 밝혔다. 이번 무대는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 하나인 ‘적벽가’를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ACC 판소리 시리즈는 전통 판소리의 서사를 바탕으로 음악, 무용, 무대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제작하는 연작 프로젝트다. 2019년 ‘수궁가’를 바탕으로 한 ‘드라곤킹’을 시작으로, 2021년 ‘심청가’를 재해석한 ‘두 개의 눈’, 지난해 ‘흥보가’를 새롭게 풀어낸 ‘시리렁 시리렁’을 차례로 선보이며 ACC의 대표 제작 브랜드로 자리 잡아왔다.

 

네 번째 작품인 ‘적벽-붉은 강’은 조선 후기 신재효가 정리한 판소리 ‘적벽가’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작품은 중국 삼국지의 대표 장면인 적벽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한복판에 놓인 인물들의 욕망과 두려움, 충돌과 선택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판소리의 강렬한 소리와 국악 선율,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어우러져 전쟁 서사의 긴장감을 입체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제작진 면면도 눈길을 끈다. 연출과 안무, 작사는 정영두 연출가가 맡았다. 그는 국립창극단 ‘리어’로 국내 최초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상 후보에 오른 바 있는 창작자로, 전통 소재를 현대 공연 언어로 풀어내는 데 강점을 보여왔다.

음악은 박우재 감독이 책임진다. 박 감독은 ACC 판소리 연작 가운데 호평을 받은 ‘두 개의 눈’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했으며, 2024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지냈다. 작창과 소리 지도에는 광주 출신 소리꾼 김소진이 참여한다. 그는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적벽가’ 이수자로, ACC 작품 ‘두 개의 눈’과 ‘아따, 구보씨’ 등을 통해 지역 관객에게도 익숙한 예술가다.

 

무대에는 소리꾼 남상동과 이혜진이 올라 판소리의 중심을 잡는다. 여기에 국내 무용계에서 활약하는 13명의 무용수가 전쟁의 파도와 인물들의 내면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전남대학교 국악과 판소리 전공 재학생들도 코러스 소리꾼으로 참여해 젊은 에너지를 더한다.

 

이번 공연은 내년 하반기 본공연을 앞둔 시범공연 형태로 진행된다. ACC는 관객과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뒤 정식 공연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공연 시간은 약 80분이며, 7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전석 무료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 판소리 연작이 한국의 문화 원형을 동시대적으로 해석해 세계 무대와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로 확장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적벽-붉은 강’을 통해 고전 서사가 오늘의 관객에게 새로운 메시지로 다가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해외여행 새 코스 된 ‘현지 장보기’

이 확산하는 모습이다.최근 여행업계에서는 이를 ‘식료품점 관광’으로 부른다. 해외 슈퍼마켓을 단순한 장보기 공간이 아니라 여행 코스의 하나로 즐기는 방식이다. 현지인들이 자주 먹는 간식, 음료, 조미료, 즉석식품 등을 직접 고르고 맛보며 여행지의 생활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다.영국 BBC는 글로벌 호텔 기업 힐튼의 ‘2026년 트렌드 보고서’를 인용해 여행객 10명 중 7명 이상이 해외 식료품점 방문을 즐긴다고 전했다. 미국 여행 전문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도 ‘식료품점 관광’을 2026년 주목할 여행 트렌드로 꼽았다. 마트 방문이 더 이상 여행 중 남는 시간에 들르는 일정이 아니라, 목적지에서 해봐야 할 경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이 같은 흐름은 업계의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핀란드의 대형 식료품 체인 K-슈퍼마켓은 자사 매장을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에 관광 명소로 등록했다. 일부 매장은 옥상 벌통에서 직접 생산한 꿀을 판매하거나, 지역 특색을 살린 수제 맥주 라인업으로 관광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평범한 장보기 공간이 지역성과 체험 요소를 갖춘 관광 콘텐츠로 변신한 셈이다.여행객들이 해외 마트에서 찾는 것은 거창한 상품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편의점 달걀 샌드위치, 스페인에서는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미국에서는 트레이더 조의 시즈닝처럼 현지에서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먹거리가 인기다. 저렴하지만 개성이 뚜렷하고, 여행 후에도 기억에 남는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특히 젊은 세대는 SNS를 통해 현지 먹거리 탐색을 여행의 핵심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해외 편의점 간식, 마트 추천템, 길거리 노점 음식 등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스낵패킹’이라는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스낵패킹은 여행지에서 현지 간식과 음료를 찾아다니고, 이를 먹어보거나 챙겨 오는 방식의 여행 소비를 뜻한다.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2026 글로벌 여행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MZ세대의 대다수는 현지 음식 체험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여긴다고 답했다. 현지 간식을 찾는 장소로는 길거리 노점, 빵집, 슈퍼마켓 등이 많이 꼽혔다. 유명 레스토랑 예약보다 현지인이 자주 가는 생활 공간을 찾아가는 데 더 큰 흥미를 느끼는 여행객이 늘고 있는 것이다.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편의점은 이미 하나의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바나나우유, 컵라면, 삼각김밥, 얼음컵 음료 조합 등은 SNS에서 자주 소개되는 인기 콘텐츠다. 바나나우유와 파우치형 커피를 얼음컵에 섞어 마시는 이른바 ‘뚱바라떼’도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시도해볼 만한 편의점 메뉴로 공유되고 있다.현지 슈퍼마켓 관광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비용 부담이 낮으면서도 여행지의 특징을 쉽게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 식당이나 유명 관광지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마트나 편의점은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다. 진열된 과자, 조미료, 즉석식품, 음료만 봐도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떤 맛을 좋아하고 어떤 방식으로 식생활을 즐기는지 엿볼 수 있다.소비자 심리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익숙하지만 낯선 경험’으로 설명한다. 장바구니를 들고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에 서는 과정은 어느 나라에서나 익숙하다. 하지만 진열대에 놓인 상품, 포장 디자인, 식재료 조합, 가격표는 모두 다르다. 익숙한 행동 속에서 낯선 문화를 발견하는 재미가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것이다.다만 마트와 편의점이 관광지화되면서 부작용도 나타난다. 일본 가와구치코의 한 로손 편의점은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사진 명소로 알려지며 관광객이 몰렸다. 편의점 지붕 위로 후지산이 보이는 구도가 SNS에서 퍼지면서 방문객이 급증했고, 인근 교통 혼잡과 무단 촬영 문제가 이어졌다. 결국 당국은 경비원과 교통 통제 인력을 배치했고, 사진 촬영을 막기 위한 대형 가림막까지 설치했다.전문가들은 현지 슈퍼마켓 관광이 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 있지만, 그 공간이 지역 주민의 일상 공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사진 촬영이나 대량 구매, 통행 방해 등으로 현지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해외여행의 기준은 달라지고 있다. 유명 명소를 찍고 돌아오는 여행에서, 현지의 작은 일상을 맛보고 기록하는 여행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슈퍼마켓과 편의점은 그 변화의 가장 가까운 현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