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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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되살린 아들 vs 현실로 돌아온 아들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한 아들과 9년 만에 현실로 돌아온 아들 중 어머니에게 더 익숙하게 느껴지는 존재는 누구일까. 연상호 감독의 신작 영화 ‘실낙원’이 AI와 가상현실을 소재로 상실의 아픔과 모성,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다룬 심리 스릴러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실낙원’은 아들을 잃은 뒤 AI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시절의 아들과 만나온 어머니가 죽은 줄 알았던 아들과 재회하면서 겪는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의 심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영(김현주 분)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 선우를 잃었다. 이후 실종된 아이들을 가상현실 속에 구현한 AI 프로그램 ‘낙원의 아이들’을 이용하며 아들과의 만남을 이어간다. 가상공간에서 선우는 여전히 열 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엄마에게 말을 건넨다. 소영은 그곳에서 아들을 잃기 전의 시간을 되찾은 듯한 위안을 얻으며 상실의 고통을 견뎌왔다. 

 

그러나 어느 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선우(배현성 분)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소영의 일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아들이지만, 눈앞에 나타난 선우는 과거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몸에는 흉터가 가득하고 눈빛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소영이 마음속에 간직해온 순수한 어린 시절의 아들과는 거리가 멀다.

 

아들의 생환은 분명 기적 같은 일이지만 소영은 기쁨만을 느끼지 못한다. 현실로 돌아온 선우가 낯설게 느껴지는 반면, 가상현실 속 선우는 여전히 자신이 기억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소영은 실제로 살아 돌아온 장성한 아들보다 AI가 구현한 어린 선우를 더 진짜처럼 여기기도 한다.

 

현실에서 선우가 바로 옆방에 머물고 있음에도 소영은 특수 안경을 착용하고 가상현실 속 아들을 만나러 간다. 현실의 아들과 마주하는 대신 AI 속 어린 선우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기이하면서도 애잔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이를 통해 기억 속에 머무는 존재와 실제로 살아 있는 존재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간극을 보여준다.

 

‘실낙원’은 연 감독이 지난해 약 2억 원의 제작비로 완성한 영화 ‘얼굴’에 이어 선보이는 저예산 작품이다. 순제작비 약 5억 원을 투입했으며, 총 14회차 촬영으로 제작을 마쳤다.

 

영화의 출발점은 연 감독의 어머니가 연습장에 적어둔 세 페이지 분량의 글이었다. 연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여러 차례 발전시켰으며, 그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 중 하나는 연상호·류용재의 원안을 토대로 오성은 작가가 집필한 소설 ‘블랙 인페르노’로 출간됐다.

 

연 감독은 지난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의 출발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악한 아들과 그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어머니의 심리가 궁금했다”며 “그 심리를 깊이 탐구해 보자는 마음으로 대본을 썼다”고 밝혔다.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선악의 구도로만 바라보기보다, 복잡하게 얽힌 감정과 심리를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작품의 심리적 긴장감을 형성하는 주요 요소다. 김현주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AI에 의지하며 버텨온 소영의 불안과 혼란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한다. 겉으로는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지만, 공허한 눈빛과 미세한 표정 변화를 통해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물의 내면을 드러낸다.

 

배현성은 기존 작품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2022)와 ‘조립식 가족’(2024) 등에서 풋풋하고 선한 청년을 연기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서늘하고 섬뜩한 분위기의 선우를 맡았다. 느린 걸음걸이와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눈빛을 통해 오랜 시간 사라졌다 돌아온 아들의 낯선 면모를 표현한다.

 

영화는 지난달 열린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관객들과 만났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별도의 생성형 AI 활용 콘텐츠도 공개됐다. 연 감독은 영화와 연결되는 단편 시리즈 ‘실낙원 - 유니버스’를 선보이며 작품의 세계관을 확장했다.

 

총 네 편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영화 속 AI 프로그램 ‘낙원의 아이들’을 개발한 회사 ‘트랜스 휴먼’의 기술을 소재로 삼았다. 세상을 떠난 가족을 가상현실에서 다시 만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연 감독이 직접 각본을 썼다.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약 2주 만에 제작을 마쳤다.

 

연 감독은 생성형 AI의 예술적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생성형 AI도 앞으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예술 활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I 기술로 잃어버린 사람을 재현할 수 있는 시대에 기억 속 존재와 현실의 존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실낙원’은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과 상실 이후의 심리를 통해 이 질문을 던진다.

 

영화 ‘실낙원’은 오는 21일 개봉하며, 상영 시간은 100분이다.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다.

 

"꽃길만 걸으라더니, 여기였네" 부산 가을 산책

지 않고도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생태공원 세 곳이 저마다 다른 빛깔로 나들이객을 맞는다.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는 가을철을 맞아 화명·대저·삼락 생태공원 일원에 대규모 꽃단지를 조성했다고 20일 밝혔다. 공원마다 특색 있는 식물과 화단을 배치해 방문객이 취향에 따라 가을 풍경을 골라 즐길 수 있도록 했다.화명생태공원은 노란색과 붉은색의 대비가 돋보이는 곳이다. 연꽃습지 일대에는 3만4000㎡ 규모의 황화코스모스 단지가 펼쳐진다. 넓게 이어지는 황금빛 꽃밭은 가을 산책의 배경이자 계절감을 담는 촬영 장소가 된다. 꽃을 가까이에서 살펴보거나 한발 물러서 전체 풍경을 바라보며 서로 다른 모습을 담을 수 있다.같은 공원 수생식물원 주변으로 발길을 옮기면 붉게 물든 댑싸리 단지가 나타난다. 규모는 8800㎡다. 둥글게 자란 댑싸리가 모여 황화코스모스와는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한 공원에서 두 가지 가을빛을 만날 수 있어 꽃과 식물을 감상하는 산책을 계획하기에 좋다.사진으로 추억을 남길 공간도 마련됐다. 화명생태공원 꽃단지 주변에는 풍차와 그네 포토존, 감성적인 문구를 담은 안내판이 설치됐다. 꽃밭만 촬영하는 대신 조형물을 함께 담으면 여행 사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식재 공간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 관람객의 통행을 배려하는 것이 좋다.분홍빛 가을 풍경을 찾는다면 대저생태공원이 눈길을 끈다. 이곳에는 1만㎡에 걸쳐 핑크뮬리 군락이 조성돼 있다. 분홍쥐꼬리새라고도 불리는 핑크뮬리는 무리 지어 자라며 부드러운 색감을 드러낸다. 군락 전체를 배경으로 담으면 황금빛 꽃밭이나 붉은 댑싸리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사진을 남길 수 있다.삼락생태공원에서는 다양한 초화가 어우러진 화단을 만난다. 가족테마화단에 국화를 포함한 8종, 총 4060본을 선보인다. 한 종류의 식물이 넓게 펼쳐진 화명·대저와 달리 여러 식물의 색과 모양을 비교하며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가족과 천천히 걸으며 가을 식물을 살펴볼 만한 공간이다.세 공원을 모두 둘러보기보다 보고 싶은 풍경을 중심으로 목적지를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노랑과 빨강의 대비는 화명에서, 분홍빛 군락은 대저에서, 다채로운 가을 화단은 삼락에서 즐길 수 있다. 야외 산책인 만큼 방문 전 날씨를 확인하고 편한 신발과 겉옷을 준비하면 한결 여유로운 나들이가 된다.조경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장은 가을 나들이를 계획하는 시민들이 계절 꽃이 가득한 낙동강 생태공원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