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ulture

부산 문화사업 줄줄이 철회…라 스칼라·퐁피두 무산


부산시가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공연으로 추진하던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오페라 ‘오텔로’ 초청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2027년 9월로 예정됐던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정식 개관도 2028년으로 연기했다. 부산 남구 이기대에 조성하려던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건립 사업 역시 추진하지 않기로 하면서 부산의 대형 문화사업들이 잇따라 방향을 바꾸게 됐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14일 부산시청에서 문화 분야 주요 현안을 설명하며 이 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전 시장은 부산시의 재정 여건과 공연장 준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라 스칼라 공연을 개관작으로 초청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연의 재원 조달 가능성과 지역 예술계에 남길 성과, 관객에게 완성도 높은 무대를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라 스칼라 초청 공연은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출발을 알릴 대표 사업으로 추진됐다.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2027년부터 라 스칼라 음악감독을 맡게 된 것을 계기로 세계적인 오페라극장과 협력하고, 국제적 수준의 작품을 부산에 선보이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초청 공연에 약 105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산 규모가 적절한지, 지역 예술인에게 돌아가는 효과가 충분한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부산시는 사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운영자문단 회의와 시민토론회,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초청 공연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5%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시는 사업비를 안정적으로 마련하기 어렵고, 지역 예술인 참여와 교육·인재 양성 등 구체적인 협력 성과도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초청 계획을 접기로 했다.

 


다만 라 스칼라와의 협력 가능성까지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 운영이 안정되고 본궤도에 오르면 필요한 재원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 라 스칼라를 비롯한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의 공연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개관 기념 공연으로 추진하지는 않지만 향후 여건이 갖춰지면 국제 협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올해 말 준공할 계획이지만 정식 개관은 2028년으로 미뤄졌다. 대규모 오페라 공연을 안정적으로 진행하려면 무대 설비와 음향 성능을 점검하고 시운전을 거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시는 시설과 운영 체계를 먼저 정비한 뒤 시민에게 완성도 높은 공연장을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건립 계획도 백지화됐다. 부산시는 이기대가 약 8000만 년의 지질 역사를 간직한 국가지질공원이라는 점을 들어 영구 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환경적 부담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계약에서 부산의 권리와 공공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중단 사유로 제시했다.

 

재정 부담 역시 주요 쟁점이었다.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에서는 건립비로 시비 약 1100억원, 연간 운영비로 약 125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부산시는 경제성 분석 결과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며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동부산 시립미술관과 서부산 현대미술관의 전시·연구·소장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 유수 미술관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박형준 전 부산시장과 국민의힘 측은 반발했다. 박 전 시장은 입장문을 통해 최근 부산시의 정책 변경에 우려와 유감을 나타내며 퐁피두센터 유치와 라 스칼라 극장과의 협력은 부산이 국제적인 문화관광도시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반면 부산시는 재정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 지역에 남길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부산시는 세계적인 공연과 미술관을 유치해 도시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려던 기존 구상에서 벗어나 지역 문화시설과 예술인의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게 됐다. 라 스칼라 초청 공연과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건립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 사업 중단으로 결론 났지만, 국제 문화예술 협력과 지역 예술 생태계 강화라는 두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는 앞으로 부산시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굿즈 사러 해외로”…내년 여행 키워드 7가지

역을 방문하거나 유리한 환율에 맞춰 여행지를 바꾸고,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휴식에 집중하는 등 여행의 목적도 한층 다양해지는 모습이다.글로벌 여행 앱 스카이스캐너는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 코튼클럽 사운즈한남에서 ‘트래블 트렌드 2027’ 미디어 데이를 열고 내년 여행 시장을 이끌 7대 트렌드와 인기·가성비 여행지를 발표했다. 스카이스캐너가 제시한 핵심 주제는 ‘더 제대로 쓰는 여행(Travel, Better Spent)’이다. 비용 자체를 줄이는 데 집중하기보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경험에 자원을 배분하는 소비 방식이 여행에서도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스카이스캐너가 설문조사 기관 원폴(OnePoll)을 통해 지난 6월 17일부터 29일까지 한국인 여행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는 내년 해외여행을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이 떠날 계획이라고 답했다. 올해보다 여행 횟수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29%,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51%였다. 항공권에 올해와 같거나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겠다는 응답은 73%였으며, 숙박비의 경우 68%로 집계됐다. 스카이스캐너는 내년 여행 트렌드로 ‘굿즈 순례’, ‘짐-케이션’, ‘환테크 여행’, ‘로그아웃 트립’, ‘로컬 사운드 헌터’, ‘N차 신혼여행’, ‘문명 로드트립’ 등 7가지를 선정했다. 여행을 단순한 휴가나 관광으로 한정하지 않고 쇼핑, 건강관리, 디지털 휴식, 음악과 역사 체험 등 개인의 관심사와 연결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굿즈 순례’는 특정 지역이나 매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한정판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방식이다. 지역 한정 굿즈는 물론 현지 마트에서 판매하는 장바구니처럼 일상적인 물건도 여행의 목적이 될 수 있다. 한국인 응답자의 61%는 최근 12개월 동안 한정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특정 여행지나 매장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행지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물건을 찾아다니는 활동이 여행의 새로운 동기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여행 중에도 평소의 운동과 건강관리 습관을 유지하는 ‘짐-케이션’ 역시 주요 트렌드로 꼽혔다. 휴식과 관광에만 집중하기보다 운동 등 일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활동을 여행 일정에 포함하는 것이다. 여행이 평소 생활과 단절된 시간이 아니라 개인의 생활 방식과 취향을 이어가는 기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환율을 고려해 여행지를 선택하는 ‘환테크 여행’도 눈길을 끈다. 환율 관련 질문에 답한 응답자 945명 가운데 54%는 유리한 환율 때문에 여행 목적지를 변경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세대별로는 Z세대가 65%, 밀레니얼 세대가 60%로 나타났다. 여행지의 매력뿐 아니라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용과 환전 여건까지 고려해 목적지를 결정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디지털 기기와 거리를 두고 여행 자체에 집중하는 ‘로그아웃 트립’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응답자의 35%는 휴대전화 없이 외부와 연락이 끊긴 상태라면 여행의 현재 순간에 더 몰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세계에서 벌어지는 소식이나 주변 상황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디지털 연결을 끊기 어렵다는 응답도 59%에 달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 확인과 소통이 일상화된 가운데, 여행 중만큼은 연결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욕구와 실제로 연결을 끊기 어려운 현실이 함께 나타난 것이다. 현지 음악과 공연 문화를 경험하는 ‘로컬 사운드 헌터’와 여러 차례의 여행을 통해 신혼의 추억을 이어가는 ‘N차 신혼여행’도 트렌드 목록에 포함됐다. 응답자의 31%는 여러 번에 걸쳐 짧은 신혼여행을 떠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한 번의 긴 여행으로 모든 경험을 마무리하기보다 다양한 시기에 각기 다른 장소를 방문하며 추억을 쌓는 방식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고대 문명과 역사적 장소를 찾아가는 ‘문명 로드트립’ 역시 주목받았다. 여행의 영감을 얻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서는 폼페이와 파르테논 신전, 콜로세움 등 역사적 건축물이 44%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와 문화가 담긴 장소를 직접 찾아 그 의미를 경험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여행지 검색 데이터에서는 일본 지방도시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검색량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일본 하코다테로, 증가율은 443%에 달했다. 룩셈부르크가 312%로 뒤를 이었고, 베트남 퀴논은 274%, 중국 옌타이는 246%, 일본 오미타마는 199% 증가했다. 일본 고마츠도 검색량이 104% 늘어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검색량 증가 상위권에 일본 도시 세 곳이 포함되면서 지방도시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었다.항공권 가격 하락률을 기준으로 선정한 가성비 여행지에서는 일본 미야자키가 34% 하락해 1위를 차지했다. 독일 함부르크는 29%, 호주 퍼스와 캐나다 밴쿠버는 각각 22%, 태국 치앙마이는 20% 하락했다. 일본 오비히로와 스웨덴 스톡홀름, 필리핀 세부는 각각 18% 낮아졌으며 중국 선양과 오스트리아 빈은 각각 16% 하락했다.스카이스캐너는 일본 지방도시의 검색량이 늘어난 배경으로 신규 항공 노선 확대와 엔저 현상, 여유로운 소도시에 대한 관심 등을 꼽았다. 하코다테와 오미타마 등은 자연과 지역 문화를 경험하려는 여행 수요와 맞물려 주목받는 여행지로 소개됐다. 대도시 중심의 관광에서 벗어나 지역 고유의 분위기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찾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인공지능(AI)의 활용도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인 여행객의 61%는 AI를 이용해 여행을 계획하거나 예약하는 데 자신이 있다고 답했다. 스카이스캐너가 지난해 발표한 ‘트래블 트렌드 2026’ 조사에서 같은 응답 비율이 48%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13%포인트 상승했다.내년 여행 계획에서 AI를 활용하고 싶은 분야로는 항공권과 숙박시설의 가격 및 옵션 비교가 34%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여행 일정 수립이 32%로 뒤를 이었고, 현지 액티비티 검색·예약은 31%였다. 여행지 아이디어 탐색과 여행지 검색은 각각 23%, 22%로 나타났다. 여행객들이 AI를 통해 여행 아이디어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예약과 비용 비교 등 구체적인 계획 과정에도 활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스카이스캐너는 2025년 여행 트렌드에서 집단적인 경험 공유를, 2026년에는 개인의 취향과 자기 발견을 강조한 데 이어 2027년에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배분하는 가치 중심 소비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행의 기준이 단순한 가격이나 방문 장소의 수에서 개인에게 얼마나 특별하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지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제시카 민 스카이스캐너 여행 전문가는 “단순히 저렴한 것보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추구하려는 한국인의 여행 소비 경향은 스카이스캐너의 데이터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밝혔다. 이어 “하코다테처럼 신규 노선 확대와 엔저 현상, 여유로운 소도시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검색량이 크게 늘어난 일본 여행지가 있는가 하면, 문명 로드트립이나 로그아웃 트립처럼 자신만의 뚜렷한 목적을 갖고 떠나는 장거리·이색 여행지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내년 여행 시장에서는 비용을 얼마나 아끼느냐뿐 아니라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한정판 상품을 찾아 떠나거나 현지 문화를 깊이 경험하고, 때로는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고 온전히 휴식하는 등 여행의 방식은 더욱 세분화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반영한 경험 중심의 여행이 새로운 소비 흐름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