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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에 ‘호캉스 대탈출’ 시작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을 앞두고 전국 주요 호텔과 리조트가 일찌감치 '만실' 행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극성수기로 꼽히는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 맞춰 예약이 몰리고 있으며, 호텔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패키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는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과 짧은 휴가 기간, 그리고 호캉스 선호 트렌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14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부산, 속초, 제주 등 대표적인 여름 피서지의 호텔과 리조트는 7월 말~8월 초 사이 객실 예약이 대부분 마감된 상태다. 특히 조식, 룸서비스, 수영장 이용이 포함된 바우처형 패키지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리조트 속초는 해당 기간 예약률이 만실에 가까운 수준을 보였으며, 부산의 L7해운대 호텔은 지난해보다 예약률이 16%포인트 상승했다. 롯데호텔 제주 역시 올인클루시브 패키지 판매량이 전달보다 두 배 늘어나는 등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올인클루시브 패키지는 숙박 외에도 조식과 석식, 수영장, 간식, 다양한 액티비티까지 포함돼 있는 고급형 상품이다. 롯데호텔 제주가 선보인 2박 전용 올인클루시브 패키지에는 풀카페에서 치킨, 피자, 자장면 등 중 1가지 메뉴를 하루 2회 제공하는 구성도 포함돼 있어,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완전한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호텔에서만 머무르며 휴식을 즐기는' 이른바 '호캉스족'의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신라 역시 제주의 신라스테이 플러스 이호테우와 제주신라호텔, 부산 해운대 신라스테이에서 수영장 내 식음료를 포함한 패키지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신라호텔은 투숙 기간 중 횟수 제한 없이 야외 수영장 이용이 가능하고, 룸서비스 및 레스토랑 이용권 30만원 상당이 포함된 3박 패키지를 출시했는데, 목표 예약률을 50% 초과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웨스틴조선부산과 그랜드조선부산의 7월 말\~8월 초 예약률도 지난해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켄싱턴 호텔 강원·제주 지점들 또한 이 시기 모두 만실 상태에 접어들었다. 특히 다양한 실내외 활동이 포함된 올인클루시브 패키지가 공통적으로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어 소비자 수요가 뚜렷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소노호텔앤리조트의 비발디파크, 델피노, 쏠비치 등도 같은 기간 만실이며, 워터파크 오션월드를 함께 운영하는 홍천 비발디파크의 경우, 조식과 워터파크, 인피니티풀을 모두 포함한 올인클루시브 패키지 예약이 예상보다 50% 이상 더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온 다습한 날씨 탓에 야외 이동을 꺼리는 휴가객들이 호텔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패키지를 선호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하계휴가 실태 및 경기 전망'에 따르면, 기업들이 지정한 여름휴가 시점은 ‘7월 하순’(49.4%), ‘8월 초순’(42.2%)에 집중됐고, 휴가 일수는 ‘3일’이 42.5%로 가장 많았다. '5일 이상'은 32.6%로 나타났다. 이처럼 짧은 휴가 기간이 특정 시점에 집중되며 호캉스 트렌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2025년 여름은 역대급 폭염이 예고되고 있다.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으로 7월 초부터 이어지는 이례적 폭염이 7월 말~8월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 시기는 평년에도 가장 더운 시기인 만큼, 무더위에 야외 활동을 기피하는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출과 야외활동은 자제하고 음식 위생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폭염 속 호텔 패키지 상품은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여름철 건강과 안전까지 고려한 선택으로 자리잡고 있다.

 

24시간도 모자란다는 '이곳', '24시 여행지'로 폭발 중

6년 대비 93.5% 수준의 회복률이다. 하지만 부산의 경우 이러한 추세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며 외래 관광 시장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292만 9000명으로, 이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 268만 8000명을 넘어서는 108.9%의 초과 회복률이다.특히 주목할 점은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중 대만인이 5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 관광객 45만 6000명을 제치며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부산의 관광 인기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으며, 2024년 5월까지 약 138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부산을 방문해 연말까지 330만~3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이 같은 부산의 관광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야간 관광 콘텐츠의 활성화다. ‘24시간 부산’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며 세계적인 여행 정보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의 여행 만족도 분석에서 부산은 동북아 8개 도시 중 도쿄와 상하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CNN과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아름다운 해변 도시 5곳’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글로벌 주목도 또한 상승세다.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의 패턴도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BIFF광장, 해운대 등 정형화된 명소 위주로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현지인들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SNS와 블로그를 통해 소개된 ‘민락수변공원 야간 산책’, ‘송도해상케이블카 야간 탑승’, ‘바 크롤’, ‘사직야구장 야간 경기 관람’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사직야구장의 KBO 경기 관람은 색다른 문화 체험으로 자리 잡았다. 광안리 일대의 야간 콘텐츠 활성화도 눈에 띈다. ‘M드론라이트쇼’의 상설 운영 이후 광안대교 일대의 상권이 살아나면서, 해운대 중심이던 야간관광의 축이 광안리로 이동하고 있다. ‘별바다부산 원도심 나이트 미션투어’는 참여자 만족도 4.94/5점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고, 다대포해수욕장의 ‘나이트 뮤직 캠크닉 앤 트래블쇼’, 화명생태공원의 ‘나이트 마켓’ 등은 로컬 명소를 야간 관광지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부산은 서면, 해운대, 광안리, 남포동뿐 아니라 다대포, 화명동, 사직동 등 도시 전역에서 야간 관광이 가능한 ‘다중 거점형 야간관광 도시’로서의 강점을 지닌다. 이와 함께 안전한 심야 대중교통망과 외국인 맞춤형 서비스인 ‘비짓부산패스’, ‘위챗페이’ 연동 등 관광 편의성도 크게 개선됐다.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부산시는 2025년 ‘별바다부산 나이트 페스타’를 전역 축제로 확대해 개최할 계획이다. 7월부터 4개월간 이어지는 이번 축제에서는 기존 콘텐츠를 한층 강화해 글로벌 야간관광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올해 여름 휴가철에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부산 원도심의 로컬 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나이트 미션투어’와 ‘근현대역사관 키즈투어’, 국립부산과학관과의 협업 프로그램인 ‘사이언스 앤 매직 키즈밤놀이터’ 및 ‘가족과학캠프’ 등이다. ‘리버 디너 크루즈’는 대표 야간 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가족 단위 여행객은 물론 외국인 개별 관광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부산은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밤에도 살아있는 입체적인 관광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야간이라는 시간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한 전략은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당기며 ‘부산 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