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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만 해도 힐링..봄맞이 걷기 좋은 팔도 둘레길

따스한 봄기운이 만연한 3월을 맞아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의 품으로 떠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2026년 4월부터 문화가 있는 날 혜택이 매주 수요일로 확대된다는 소식에 발맞춰 일상 속에서 문화를 즐기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거창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가족, 연인, 혹은 홀로 호젓하게 거닐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전국의 명품 둘레길 4곳을 소개한다.

 

가장 먼저 눈여겨볼 곳은 경북 칠곡군에 위치한 한국판 성지순례길인 한티가는길이다. 이곳은 19세기 조선의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산속으로 숨어들었던 고난의 역사를 간직한 길이다. 가실성당에서 시작해 한티순교성지까지 이어지는 총 45.6km의 대장정 중에서도 가산산성 진남문에서 시작하는 5구간은 그 의미가 깊다. 해발 600m 고지의 한티마을로 향하는 길목에는 이름 없는 순례자들의 무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당시 교인들이 흘린 피를 기억하며 걷는 이 길은 오늘날에 이르러 자신을 비우고 이웃에 대한 사랑을 묵상하는 치유의 길로 탈바꿈했다. 8.1km의 코스를 걷는 동안 억새길의 평화로움과 역사적 비장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충남 당진으로 눈을 돌리면 조선 시대 문호 박지원의 흔적이 남아 있는 면천 골정쉼터 둘레길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면천 군수 시절 박지원이 세운 정자 건곤일초정이 저수지 한가운데 떠 있어 운치를 더한다. 저수지 둘레가 0.7km 정도로 짧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산책하기 좋다. 특히 봄이면 저수지를 따라 화려하게 피어나는 벚꽃이 장관을 이루어 SNS 인생샷 명소로도 손색이 없다. 길은 자연스럽게 면천향교로 이어지는데, 이곳은 조선 건국 당시에 세워진 위치 그대로를 지키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 인근의 면천읍성까지 발걸음을 넓히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서울 도심에서 최고의 조망을 즐기고 싶다면 북한산둘레길 3구간인 흰구름길이 정답이다. 이준 열사 묘역 입구에서 시작해 북한산생태숲에 이르는 이 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12m 높이의 구름전망대다. 원형계단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북한산의 주요 봉우리들은 물론 도봉산, 수락산, 그리고 서울 도심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경기도 양평의 산줄기까지 시야에 들어와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전망대를 지나면 나타나는 빨래골 터에는 궁중 무수리들이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찾아와 빨래를 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해진다. 서울 안에서 이토록 깊은 숲의 향기와 탁 트인 전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마지막으로 충남 청양의 천장호 둘레길은 수수한 매력의 칠갑산과 스릴 넘치는 출렁다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청양의 특산물인 고추와 구기자를 형상화한 거대한 주탑이 세워진 출렁다리는 207m 길이로 걷는 내내 짜릿한 진동을 선사한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조용히 사색하기 좋은 1km 남짓한 구간이다. 최근에는 밧줄과 그물을 이용한 체험 시설인 에코워크가 재단장을 마치고 3월 중 재개장을 앞두고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 전망이다. 특히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밤 9시까지 야간 개장을 진행해 달빛 아래 빛나는 호수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풍경을 품은 아름다운 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방침에 따라 4월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문화 혜택이 쏟아지게 되면 이러한 둘레길 주변의 국공립 문화시설 이용도 더욱 편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평일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잠시나마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자연 속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봄맞이 여행지로 사유원 매화 축제와 더불어 이러한 둘레길 코스들이 공유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복잡한 도심을 떠나 숨겨진 역사 이야기를 따라 걷는 테마 여행이 MZ세대 사이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걷기 여행이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우울감을 해소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돕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봄은 짧고 우리가 가봐야 할 길은 많다. 칠곡의 숭고한 숲길부터 당진의 고즈넉한 저수지, 서울의 시원한 전망대, 청양의 스릴 넘치는 호숫가까지 어느 곳을 선택해도 후회 없는 봄날의 기억을 선사할 것이다. 이제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지도 한 장 챙겨 밖으로 나설 차례다. 당신이 걷는 그 길 끝에서 진정한 휴식과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생샷 명소, 이번 주말 보령으로 떠난다

다. 청보리밭의 푸른 물결부터 시간이 멈춘 간이역, 그림 같은 항구까지, 이야기와 풍경이 어우러진 곳들이다.그 중심에는 드라마 '그해 우리는'과 '이재, 곧 죽습니다'의 배경이 된 천북면 청보리밭이 있다.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절정을 이루는 이곳에서는 어른 허리 높이까지 자란 청보리가 바람에 넘실대는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주인공들의 애틋한 감정이 피어났던 바로 그 풍경 속에서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청보리밭 언덕 위에는 폐목장을 개조한 카페가 자리해 특별한 쉼터를 제공한다. 이곳에 앉으면 드넓게 펼쳐진 청보리밭의 파노라마 전경이 한눈에 들어와, 마치 드라마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시원한 음료와 함께 푸른 낭만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청소면의 청소역으로 향해야 한다. 1929년에 문을 연 장항선에서 가장 오래된 간이역인 이곳은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 1980년대의 모습을 스크린에 새겼다. 소박한 역사 건물은 원형이 잘 보존되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으며, 역 주변에는 그 시절의 거리를 재현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오천항은 서정적인 항구의 풍경과 역사를 동시에 품고 있다. 항구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의 충청수영성은 조선 시대 서해안 방어의 핵심 거점이었다. 성곽을 따라 걸으며 영보정에 오르면, 고깃배들이 정박한 아기자기한 항구와 서해의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절경이 펼쳐진다.특히 충청수영성은 야간 조명이 더해져 낮과는 또 다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낭만적인 야경을 감상한 뒤에는 인근 식당에서 갓 잡은 키조개를 비롯한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어 오감 만족 여행을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