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관광

YMCA야구단부터 명당까지… 임실 시네마 투어

 전북 임실군 섬진강 상류의 옥정호 들판은 모내기를 마친 뒤 동요 속 한 장면 같은 평온함을 자아내고 있다. 이곳은 과거 섬진강댐 조성으로 인해 마을과 전답이 물 아래로 가라앉은 수몰의 역사를 간직한 땅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수몰 부지가 전봇대 하나 없는 너른 초원으로 돌아가면서, 인공의 흔적이 배제된 광활한 자연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제작진을 불러모으는 최적의 무대가 되었다. 장마철 수위가 높아지면 물에 잠기기도 하는 이 역동적인 둔치들은 이제 한국 영상 콘텐츠의 중요한 시공간적 배경으로 자리 잡았다.

 

운암면 선거리 강변 둔치는 기암괴석과 푸른 강물이 어우러진 절경 덕분에 대작 영화들의 단골 촬영지로 활용되었다. 영화 <YMCA 야구단>은 1900년대 초 개화기 동대문 벌판의 야구장을 이곳에 그대로 재현해 조선 최초 야구단원들의 열정을 담아냈다. 또한 정조 암살 사건을 다룬 <역린>과 명당을 찾아 팔도를 헤매는 <명당> 역시 선거리의 원시적 풍경을 빌려 조선 시대의 광활한 대지를 스크린에 구현했다. 인위적인 시설물이 없는 이곳의 지형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시대극에 더할 나위 없는 몰입감을 선사했다.

 


사양리 옥녀동천 둔치 역시 영화 <궁합>의 주요 배경으로 사용되며 조선 시대 옹주의 혼례 여정을 담아내는 무대가 되었다. 과거 공주의 가마 행렬이 지나갔을 법한 푸른 초원은 현재 옥정호 붕어섬 출렁다리의 주탑이 멀리 보이는 지점으로, 자연과 현대적 건축물이 공존하는 묘한 풍경을 자아낸다. 비록 지금은 성토 공사와 중장비의 흔적이 일부 남아 지형의 변화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이곳이 지닌 광활한 공간감은 과거 영상 속의 화려한 행렬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임실의 대표 관광지로 부상한 입석리 붕어섬 인근 마당벌은 드라마 <동이>의 주요 촬영지로 주민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옥정호의 굽이치는 물길과 숨겨진 계곡들은 드라마 속 비밀 조직의 활동지나 도망자들의 은신처를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하운암 지역 또한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1970년대 강남 개발 이전의 황량한 벌판을 묘사하기 위해 물이 빠진 수몰지의 황무지 형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수몰이라는 아픈 역사가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이 오히려 현대사의 거친 질감을 표현하는 도구가 된 셈이다.

 


운암면의 중심지였던 상운암 일대는 수몰과 이전, 성토의 과정을 거치며 지형이 크게 바뀌었음에도 영화 <강남 1970>의 촬영지로 이름을 남겼다. 1928년 운암댐 축조부터 1965년 섬진강댐 준공에 이르기까지, 마을의 중심이 수차례 옮겨지는 고단한 과정 속에서도 강변 둔치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이어져 왔다. 옛 면 소재지의 흔적은 이제 모내기를 마친 논과 새로운 도로 아래 묻혔지만, 주민들의 기억 속에서 영화 속 장면들은 마을의 잃어버린 풍경을 복원하는 소중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

 

섬진강댐 수몰 역사 100년의 세월은 옥정호 곳곳에 숱한 이야기의 나이테를 새겨 넣었다. 비록 촬영을 위해 세워졌던 세트장들은 흔적 없이 사라졌고 지형마저 변했지만, 수몰 부지 강변 둔치에 깃든 영화적 서사들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향토 탐방길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 뒤엉킨 영화 제목과 연도들은 그 자체가 옥정호가 품은 세월의 증거다. 과거의 마을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삶의 터전이었던 공간이 예술로 승화되어 영원히 기록되는 전설의 현장이다.

 

양양 설해수림, 4만 평에 단 72실 '미친 설계'

이어진 대규모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오는 10월 그랜드 오픈을 공식화했다. 이번 완공은 단순한 리조트 개장을 넘어 국내 럭셔리 휴양 문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설해원 클럽하우스가 이미 대한민국 목조 건축대전 대상과 10대 리조트 대상을 휩쓸며 가치를 증명한 만큼, 그 핵심인 설해수림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설해수림의 가장 큰 특징은 압도적인 공간 활용과 자연과의 공존이다. 무려 13만 2,000㎡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에 단 72개 객실만을 배치하는 파격적인 설계를 채택했다. 이는 일반적인 아파트 1,000세대가 들어설 수 있는 면적이지만, 설해수림은 수익성 대신 투숙객의 완벽한 프라이버시와 휴식을 선택했다. 객실을 제외한 약 9만㎡ 부지는 울창한 소나무 숲 정원으로 조성되었으며, 2,000평 규모의 웰니스 정원까지 더해져 국내 어떤 리조트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압도적인 개방감과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한다.슈퍼리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또 다른 비결은 19억 년의 시간을 품은 온천수다. 설해원 온천의 발원지를 직접 품고 있는 설해수림은 전 객실에 희소성 높은 온천 직수를 공급한다. 타 리조트들이 흉내 내기 힘든 이러한 독보적인 자원은 설해수림을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닌 진정한 웰니스 공간으로 격상시켰다. 완공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다소 늦어지기도 했으나, 이는 마스터플랜을 더욱 정교하게 업그레이드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치열한 과정이었다는 것이 리조트 측의 설명이다.공식 오픈에 앞서 운영 중인 '선행하우스 투어' 프로그램은 설해수림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반적인 리조트들이 조감도나 모델하우스로 회원을 모집하는 것과 달리, 설해수림은 실제 완성된 공간을 미리 경험하게 함으로써 고객의 판단을 돕는다. 프레임 없는 대형 통창으로 설악산 대청봉과 동해를 한눈에 담는 펜트하우스, 야생의 자연미를 살린 수영장이 돋보이는 그랜드 빌라 등 각 객실은 저마다의 독창적인 미학을 뽐낸다. 투어에 참여한 이들은 실제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조망과 작품성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세심한 디테일 역시 설해수림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시간대별로 조명 밝기를 조절해 최적의 휴식 환경을 조성하는 '설해 휴(休) 라이트' 시스템은 투숙객의 건강한 뇌파 형성까지 배려한 결과물이다. 자연물을 닮은 가구와 곳곳에 배치된 예술 작품, 복도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 등 손바닥만 한 공간조차 힐링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11층 복도 양쪽으로 펼쳐진 액자 같은 차경 통창은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임을 증명한다.설해수림은 고객이 직접 보고 경험한 뒤 소유를 결정하게 만드는 '역발상 마케팅'으로 하이엔드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조바심을 내며 완공을 기다리게 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완성된 실체를 통해 '사고 싶다'는 확신을 주는 전략이 주효했다. 10월 그랜드 오픈까지 남은 4개월여의 시간 동안 막바지 점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설해수림은, 긴 시간 믿고 기다려준 회원들을 위해 풍성한 오프닝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양양의 숲과 바다, 그리고 온천이 어우러진 이 거대한 유니버스는 올가을 국내 관광 지도를 다시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