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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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하면 연극 시작, 호텔이 통째로 무대 됐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프런트 직원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극 중 대사를 건넨다. 투숙객은 체크인과 동시에 현실 세계의 이름을 버리고 낯선 이야기 속 관찰자이자 주인공으로 변모한다. 일본 교토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숙박형 연극'은 기존의 정적인 호텔 투숙 개념을 완전히 뒤엎는 파격적인 시도다. 객실과 복도, 라운지 등 호텔의 모든 공간이 무대가 되고, 관객은 하룻밤을 꼬박 지새우며 사건의 실마리를 쫓는 이 특별한 경험은 전 세계 최초의 숙박형 이머시브 시어터로 불리며 관광업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이러한 몰입형 콘텐츠의 뿌리는 영국의 '슬립 노 모어'와 같은 이머시브 시어터 장르에 닿아 있다. 관객이 고정된 좌석 없이 배우를 따라다니며 자유롭게 극을 감상하는 방식은 이미 세계적인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는 2024년 도쿄 오다이바에 세계 첫 몰입형 테마파크가 들어서며 대중화의 물꼬를 텄다. 비록 일부 시설이 폐업하는 진통을 겪기도 했으나, '이머시브'라는 키워드는 이제 엔터테인먼트와 관광을 결합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평가받으며 산업 전반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숙박형 연극의 탄생 배경에는 호텔의 고질적인 비수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현장 직원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교토의 부티크 호텔인 '호텔 쉬'의 한 직원은 날씨나 계절에 상관없이 고객을 불러모을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던 중 호텔 자체를 여행의 목적으로 만드는 소프트파워 전략을 구상했다. 숙박업을 관광업의 부속 산업이 아닌, 독자적인 미디어이자 이야기의 발신지로 정의한 것이다.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도 창의적인 기획만으로 호텔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례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히기도 했으나, 제작진은 이를 온라인 몰입극이라는 새로운 실험의 기회로 활용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화상 대화와 우편물을 활용한 추리극은 오프라인 공연 재개 이후 더욱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2024년 기준 누적 관객 1만 명을 돌파한 이 프로젝트는 공연 기간 내내 만실을 기록하며 호텔 경영의 해묵은 과제였던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를 허무는 데 성공했다. 콘텐츠가 하드웨어의 한계를 극복한 셈이다.

 


숙박형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공식 사이트를 통해 미리 등장인물의 정보를 파악한 관객은 호텔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극의 세계관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저녁 무렵 시작되는 프리쇼에서 캐릭터와 칵테일을 즐기며 서서히 예열된 분위기는 자정을 넘겨 이어지는 본 공연에서 절정에 달한다. 관객은 배우의 손에 이끌려 비밀스러운 방으로 초대받거나, 호텔 곳곳을 누비며 자신만이 목격하는 단독 장면을 마주하는 짜릿한 경험을 누린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배우들은 로비에 남아 관객과 대화를 이어가며 극의 서사를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1박 2일 동안 반복되는 일상에서 완전히 분리된 관객은 스스로를 단순히 돈을 지불한 소비자가 아니라, 작품을 완성하는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 인식하게 된다. 호텔이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물리적 휴식에 연극의 예술적 영감이 더해진 이 새로운 포맷은 오프라인 공간이 나아가야 할 미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사연 담긴 호텔 빙수, 네 가지 인연의 맛

의 단계를 네 가지 맛으로 형상화한 '사연(四緣) 빙수' 시리즈를 출시해 미식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히 시원함을 제공하는 디저트를 넘어, 첫 만남의 설렘부터 이별 뒤의 여운까지 이어지는 서사를 토마토와 망고, 말차 등 다채로운 식재료에 투영한 것이 특징이다.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메뉴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유명한 밈을 차용한 '전남친 빙수'다. 블루베리와 요거트 크림치즈를 주재료로 한 이 빙수는 과거 화제가 되었던 '전남친 토스트' 레시피를 디저트로 재해석했다. 상큼한 블루베리 퓌레와 고소한 그라놀라, 그리고 갓 구운 토스트를 함께 제공해 이별 후의 복잡미묘한 여운을 맛으로 표현했다. 3만 9000원이라는 가격대에 호텔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대중적인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최근 유행하는 식재료 트렌드를 반영한 '피치 샤인 토마토' 빙수도 눈길을 끈다. 건강한 단맛을 선호하는 '토마토 코어' 열풍에 맞춰 제작된 이 메뉴는 토마토 그라니타와 신선한 복숭아의 조화가 일품이다. 바질 크럼블과 레몬 소르베를 곁들여 산뜻한 풍미를 극대화했으며, 붉은 토마토의 색감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까지 더했다. 3만 원대 후반의 가격으로 책정되어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중시하는 젊은 층의 예약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여름 빙수의 고전인 망고를 활용한 '트로피컬 망고 빙수'는 이번 컬렉션 중 가장 화려한 구성을 자랑한다. 잘 익은 애플망고 과육을 아낌없이 올리고 망고 젤라토와 수제 팥을 곁들여 열정적인 사랑의 감정을 담아냈다. 4만 2000원으로 네 종류 중 가장 높은 가격이지만, 망고의 풍성한 식감을 선호하는 고객들에게는 여전히 부동의 인기 메뉴다. 한국적인 미를 강조한 '남산 말차 팥빙수' 역시 깊어지는 감정을 쌉싸름한 녹차 퓌레로 표현하며 중장년층 고객까지 사로잡고 있다.호텔 측은 빙수 이용 고객을 위한 다양한 제휴 혜택도 마련해 경쟁력을 높였다. 판매 기간 내 방문객에게는 일리 커피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특정 카드 멤버십 고객에게는 추가 할인 서비스를 지원한다. 특히 메리어트 본보이 신규 가입자에게는 프리미엄 티 브랜드 딜마와 협업한 한정판 티 세트를 증정하는 등 충성 고객 확보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러한 마케팅은 고물가 시대에 호텔 디저트를 즐기려는 알뜰 소비족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르메르디앙 서울 명동의 이번 시도는 식재료의 개성뿐 아니라 메뉴에 서사를 입혀 차별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호텔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것을 넘어 고객의 감성을 건드리는 스토리텔링이 올여름 호텔 빙수 경쟁의 새로운 승부처가 되고 있다. 9월 3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사연 빙수 컬렉션은 명동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여름의 기억을 선사하며 도심 속 휴식의 가치를 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