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소송의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장기간 흡연이 폐암과 후두암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흡연이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암 종류별로 비교 분석해 흡연과 특정 암과의 인과 관계를 명확히 하는 데 의미가 있다.

 

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연구원은 11일 생활 환경과 유전적 위험 점수가 유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흡연이 암 발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18개 민간검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36,965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자료와 유전 위험 점수, 중앙 암 등록자료를 2020년까지 추적 관찰해 이뤄졌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과 공동 수행한 이 연구는 암 종류별로 흡연이 기여하는 정도를 정량적으로 도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비흡연자와 비교했을 때 ‘30년 이상 흡연자’ 또는 ‘하루 1갑씩 20년 이상 흡연자’의 소세포폐암 발생 위험은 54.5배, 편평세포폐암은 21.5배, 편평세포후두암은 8.3배나 높았다. 반면 대장암 발생 위험은 1.5배, 간암은 2.3배, 위암은 2.4배 증가에 그쳤다. 이는 흡연이 폐암과 후두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암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암 발생에 대한 흡연의 기여도를 살펴보면, 소세포폐암은 98.2%가 흡연과 연관됐으며 편평세포후두암은 88%, 편평세포폐암은 86.2%로 나타났다. 대조적으로 대장암은 28.6%, 위암은 50.8%, 간암은 57.2%만이 흡연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됐다. 즉, 폐암과 후두암 발생에는 흡연이 거의 절대적 원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다른 암종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기여도를 보였다.

 

 

 

건강보험연구원 이선미 건강보험정책연구실장은 “폐암과 후두암은 다른 암종과 비교했을 때 흡연이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높고, 반대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은 거의 미미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흡연과 폐암, 후두암 간 인과관계가 더욱 명확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담배와 암 발생의 명확한 인과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함으로써 국민 건강 증진과 정책 수립에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전망이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4년부터 담배 제조사들을 상대로 20년 이상 흡연해 폐암에 걸린 환자에게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비를 청구하는 소송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소송은 1심에서 패소한 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이번 연구 결과가 법정 공방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흡연이 폐암과 후두암 발생 위험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특히 소세포폐암에서는 거의 99%에 가까운 발생 기여율을 보이는 등 흡연의 폐해가 과학적으로 다시 한번 입증됐다. 반면 대장암, 간암, 위암에서는 상대적으로 흡연의 영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 암 예방과 관리 측면에서 맞춤형 금연 정책과 집중 관리가 요구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연구진은 앞으로도 담배와 관련된 다양한 건강 문제를 지속 연구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한편, 담배 회사에 대한 법적 책임 추궁에 더욱 힘을 실어갈 계획이다. 국민들도 이번 연구 결과를 계기로 금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