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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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값으로 다이어트? 제약사 울리는 인도의 '복제약 마법'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며 전 세계를 강타한 위고비(Wegovy)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던 ‘귀족 치료제’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진원지는 ‘세계의 약국’으로 불리는 인도다. 위고비의 핵심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의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인도 제약사들이 2만 원대의 초저가 복제약(제네릭)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의 패러다임을 ‘프리미엄’에서 ‘보편적 복지’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도 제약업계는 지금 ‘복제약 골드러시’ 중이다. 에리스 라이프사이언스는 ‘선데이(Sunday)’, 닥터 레디스는 ‘오베다(Obeda)’라는 브랜드로 위고비 복제약을 잇달아 출시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가격이다. 에리스가 내놓은 제품(2mg 기준)의 월 투약 비용은 약 1,290루피, 우리 돈으로 단돈 2만 원 수준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오리지널 위고비의 최고 용량 가격이 약 52만 원(349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무려 95% 이상 증발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가격이 월 15달러(약 2만 2천 원) 선까지 고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가격 붕괴’다.

 


이러한 가격 혁명은 그동안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했던 잠재 수요를 폭발시킬 기폭제다. 인도와 중국에만 과체중 및 비만 인구가 8억 명에 달한다. 뭄바이 현지의 한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가격 장벽이 무너지면 환자가 현재의 3배 이상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인도에서만 42개 제약사가 50여 개의 복제약 브랜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는 비만 치료제가 더 이상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닌, 고혈압이나 당뇨약처럼 누구나 접근 가능한 ‘필수 의약품’으로 자리 잡게 됨을 의미한다.

 

인도의 반란은 시작에 불과하다. 세마글루타이드의 특허 만료는 올해 말까지 중국, 브라질, 캐나다 등 주요 10개국으로 이어진다. 특히 거대 생산 능력을 갖춘 중국과 인도가 손을 잡고 특허 보호가 없는 국가들로 물량을 쏟아낼 경우, 오리지널 개발사인 노보 노르디스크의 시장 지배력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노보 노르디스크는 소송과 가격 인하로 방어막을 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인도에서조차 오리지널 약가를 낮췄지만 여전히 복제약보다 10배 이상 비싸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다만, 전 세계가 당장 ‘2만 원의 기적’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 2028년, 미국과 유럽은 2030년대 초반까지 특허가 보호된다.

 

향후 몇 년간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은 ‘특허 보호 구역’(고가 시장)과 ‘특허 만료 구역’(초저가 시장)으로 극명하게 나뉠 전망이다. 하지만 직구 활성화와 의료 관광 등 국경 없는 소비가 보편화된 시대에, 이러한 가격 격차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바야흐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 ‘무한 경쟁’의 닻이 올랐다.

 

대만 아리산의 붉은 눈물, 녹슨 철길 위에 흐른다

위한 경유지가 아니다. 도시를 관통하는 낡은 철로부터 100년 된 목조 가옥, 시장 골목의 뜨거운 국물 한 그릇까지, 모든 것이 아리산이라는 거대한 산의 서문 역할을 한다.자이의 심장부에는 아리산의 원시림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가 건설한 삼림 철도의 흔적이 선명하다. 차고지에 멈춰 선 붉은 증기기관차와 녹슨 선로는 낭만적인 풍경 이면에 아픈 역사의 상처를 품고 있다. 천 년 수령의 편백과 삼나무를 베어 나르던 이 길은, 숲의 눈물이 흐르던 통로이자 근대화의 동력이었던 이중적인 역사를 증언한다.일제강점기 벌목 노동자들이 머물던 관사 단지는 이제 '히노키 빌리지'라는 이름의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낡고 불편한 과거를 지우는 대신, 보수하고 다듬어 현재와 공존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삐걱거리는 마루를 밟으며 편백 향기 가득한 거리를 걷다 보면, 상처를 미화하지 않고 정직하게 마주하려는 도시의 성숙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도시의 묵직한 역사는 사람의 온기로 채워진다. 6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린총밍' 식당의 뜨거운 어탕(魚湯) 한 그릇은 자이의 따뜻한 심장과도 같다. 커다란 솥에서 끓어오르는 뽀얀 국물과 왁자지껄한 시장의 활기는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맛이다. 투박하지만 깊은 감칠맛이 밴 국물은 낯선 여행자의 경계심마저 녹여버린다.자이의 여정은 결국 산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삼림열차 대신 차를 몰아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중산간으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오를수록 공기는 서늘해지고, 산허리를 감싼 안개는 풍경에 깊이를 더한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아리산의 다원은 이 산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정수를 드러낸다.혹독한 일교차와 짙은 안개를 견디며 농축된 향을 품은 아리산 우롱차. 찻잔에 피어오르는 화사한 꽃향기와 뒤이어 밀려오는 부드러운 단맛은 단순한 미각적 경험을 넘어선다. 그것은 장엄한 산의 풍경을 입안에 머금는 것과 같은 고요한 의식이며, 이 도시와 산이 들려주는 긴 이야기의 마지막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