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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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 나쁘면 잡곡밥·바나나 독 된다

 일반적으로 흰쌀밥보다 영양가가 높다고 알려진 잡곡밥이나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이 모든 사람에게 보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체내 노폐물을 걸러내는 콩팥 기능이 저하된 사람들에게 이러한 건강식은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콩팥은 우리 몸의 전해질 균형을 맞추는 핵심 기관인데,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칼륨이나 인이 풍부한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배설되지 못한 성분들이 혈액에 쌓여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바나나와 토마토, 고구마, 견과류 등은 대표적인 고칼륨 식품으로 꼽힌다. 건강한 사람에게 칼륨은 심장 박동을 조절하고 근육 수축을 돕는 필수 전해질이지만,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고칼륨혈증의 원인이 된다. 혈중 칼륨 농도가 위험 수치까지 치솟으면 부정맥이 발생하거나 갑작스러운 근육 마비가 찾아올 수 있다. 특히 콩팥 기능이 정상의 15% 이하로 떨어진 투석 단계 환자들은 과일 섭취량을 엄격히 제한해야 하며, 평소 즐겨 먹던 간식조차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잡곡밥 역시 콩팥 질환자에게는 경계 대상이다. 잡곡에는 칼륨뿐만 아니라 인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인 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혈액 내 인 농도가 상승하게 된다. 이는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오게 만들어 골다공증을 유발하고, 혈관이 딱딱하게 굳는 혈관 석회화 현상을 가속화한다. 이런 이유로 병원에서는 콩팥병이 진행된 환자에게 잡곡밥 대신 오히려 인과 칼륨 함량이 낮은 흰쌀밥을 주식으로 권장하기도 한다.

 

물 대신 마시는 민간요법 음료도 안심할 수 없다. 부기 제거와 배뇨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옥수수수염차는 많은 이들이 건강음료로 신뢰하지만, 중증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대한신장학회는 칼륨 함량이 높은 민간요법 음료가 전해질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건강식이라는 믿음으로 전문의 상담 없이 장기간 대량 섭취할 경우 콩팥에 가해지는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콩팥 건강을 고려한다면 식재료의 성분과 조리법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양배추나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채소는 상대적으로 칼륨 함량이 낮아 추천되지만, 이마저도 물에 데쳐 먹는 것이 안전하다. 채소를 데치는 과정에서 칼륨 성분이 일부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또한 마늘과 양파는 항염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짠맛을 대신해 풍미를 돋워주므로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하는 콩팥병 환자 식단에 유용한 대안이 된다.

 

단백질 섭취 역시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한다. 콩팥에 부담을 주는 인 함량은 낮으면서도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달걀흰자는 환자들에게 훌륭한 급원이 된다. 수분 섭취 또한 무조건 많이 마시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부종 여부나 투석 상태에 따라 주치의와 상의해 적정량을 정해야 한다. 결국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유행 식단을 무비판적으로 따르기보다, 자신의 정기 검진 수치를 바탕으로 한 개인별 맞춤 식단이 콩팥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남원 옛길 탐방, 춘향의 눈물과 오수개 충절을 걷다

던 주요 통로로, 소설 춘향전 속 이몽룡과 춘향이 이별의 눈물을 쏟았던 ‘오리정’이 그 출발점이다. 고을 경계에서 손님을 배웅하던 오리정 인근에는 춘향의 슬픔이 서린 ‘눈물방죽’과, 떠나는 임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 버선발로 뛰어갔다는 ‘버선밭’ 지명이 전해진다. 비록 도로 확장과 직선화 공사로 인해 옛 풍경은 많이 변했지만, 길가에 홀로 선 표지석들은 이곳이 단순한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역사적 서사의 공간임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오리정을 지나 북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노거수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 대말방죽에 닿는다. 이곳은 조선시대 ‘반보기’ 풍습이 행해지던 애틋한 만남의 장소였다. 추석 직후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중간 지점에서 만나 회포를 풀던 이 숲은, 모녀들의 눈물과 웃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소통의 광장이었다. 현재는 방죽 수면을 마름이 뒤덮고 멸종위기종인 가시연이 힘겹게 싹을 틔우는 한적한 저수지로 변모했으나, 여전히 그 제방과 숲에는 수백 년 전 여인들이 나누었던 따뜻한 온기가 서려 있다.길은 다시 오수천변의 망북정으로 이어진다. 깎아지른 바위 위에 우뚝 솟은 망북정은 18세기 관리들이 북녘 한양의 임금을 향해 절을 올리며 충절을 다짐하던 곳이다. 바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망북정’ 암각서는 당시 지식인들이 공유했던 충의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정자에서 내려다보이는 오수천 건너편은 우리에게 친숙한 ‘오수개 설화’의 실제 발생지로 추정되는 상리 천변이다. 흔히 원동산의 동상으로만 기억되는 오수개의 이야기는 사실 이 차가운 물줄기 옆에서 주인을 구하고 숨진 충직한 짐승의 실화에서 비롯되었다.과거 오수역참은 고을 관아와 맞먹는 규모를 자랑하던 국가 교통의 핵심 요충지였다. 고려와 조선 시대를 관통하며 천 년의 세월 동안 통신과 운송을 담당했던 이곳에는 이제 한 그루의 은행나무 노거수만이 남아 역사의 부침을 지켜보고 있다. 500년 전 한 선비가 읊었던 시구에는 역 앞에 실재했던 ‘개 묻은 나무(獒樹)’에 대한 기록이 생생히 남아 있어, 설화 속 이야기가 단순한 허구가 아닌 지역민들의 삶 속에 깊이 뿌리박힌 역사적 사실임을 뒷받침한다. 임금을 그리워하는 나그네의 시름과 개의 충절이 한 공간에서 공명하고 있었던 셈이다.탐방의 종착지인 원동산에는 오수개의 넋을 기리는 의견비각과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일제강점기 철교 공사 중 발굴된 의견비는 우여곡절 끝에 이곳으로 옮겨져 3.1 만세운동의 함성이 울려 퍼졌던 장터 한복판을 지키고 있다. 조형물 주위에 새겨진 부조 속 오수개는 불길 속에서 주인을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긴박한 순간을 보여준다. 이는 충의라는 거창한 명분을 넘어, 끝까지 곁을 지키는 존재로서의 다정함과 헌신이 무엇인지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조용히 되묻는다.춘향의 이별로 시작해 오수개의 희생으로 마무리되는 이 옛길은 서로 다른 시대의 기억들이 오수천을 사이에 두고 겹쳐지는 거대한 박물관과 같다. 직선화된 국도 옆으로 잊혀가는 지명들과 잡초 무성한 옛터들은 우리가 보존해야 할 소중한 문화 자산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오갔던 이 길은 지금도 설화와 풍경, 그리고 오래된 기억을 품은 채 묵묵히 흐르고 있다. 역사의 흔적을 찾아 걷는 이 길 위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가 대화하고, 잊혔던 가치들이 다시 살아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