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매일

건강매일

과일 껍질의 재발견, 과육보다 알찬 영양 창고

 우리가 무심코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는 과일 껍질이 사실은 영양소의 핵심 창고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영양학계에서는 과육보다 껍질에 더 많은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이 집중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식습관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키위와 감귤류, 수박은 껍질의 가치가 과육 못지않게 높은 대표적인 과일들로, 이를 적절히 섭취할 경우 현대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미량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보충할 수 있다.

 

키위의 경우 껍질째 섭취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극대화되는 과일이다.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먹으면 섬유질 섭취량이 두 배로 급증할 뿐만 아니라 비타민 C와 E,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물질을 훨씬 풍부하게 흡수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발표된 국제학술지 연구에 따르면, 골드키위를 껍질째 먹은 집단에서 장 건강 개선과 염증 수치 완화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표면의 잔털이 거슬린다면 세척용 브러시로 가볍게 문지르거나 털이 적은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요령이다.

 


레몬이나 오렌지 같은 감귤류 껍질은 요리의 풍미를 높이는 동시에 강력한 항산화제를 제공한다. 껍질에 함유된 헤스페리딘과 나린진 등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염증을 억제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질긴 식감 때문에 그대로 먹기 어렵다면 겉껍질만 얇게 갈아내는 '제스트' 방식을 활용해 샐러드나 파스타에 곁들이는 것이 좋다. 다만 쓴맛이 강한 흰색 속껍질 부분은 제외하고 색이 있는 바깥쪽만 사용하는 것이 미식과 영양을 동시에 잡는 비결이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 역시 버려지는 흰색 속껍질에 놀라운 성분이 숨겨져 있다. 수박 껍질에 풍부한 아미노산인 시트룰린은 체내에서 혈관을 이완시키는 산화질소 생성을 도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수박의 단단한 초록색 겉면만 깎아내고 남은 흰 부분을 채 썰어 무침이나 피클, 볶음 요리로 활용하면 아삭한 식감과 함께 혈관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이는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환경적 이점까지 동시에 제공한다.

 


다만 껍질 섭취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철저한 위생 관리다. 과일 표면에 잔류 농약이나 미생물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섭취 전 흐르는 물에 충분히 문질러 씻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특히 수박처럼 칼을 대어 과육을 잘라내는 과일은 껍질 표면의 오염물질이 칼날을 통해 내부로 옮겨갈 수 있으므로 자르기 전 반드시 전체를 세척해야 한다. 상처가 났거나 변색된 부분은 과감히 제거하여 식중독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국 과일 껍질을 먹는 습관은 개인의 건강 증진은 물론 자원 낭비를 막는 지속 가능한 식생활의 시작이다. 키위의 액티니딘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경우처럼 개인의 체질에 따른 주의사항만 잘 숙지한다면, 껍질은 버려야 할 쓰레기가 아닌 가장 값싼 영양제가 될 수 있다. 일상 속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세척하고 조리법을 바꾼다면 밥상 위에서 버려지는 영양소 없이 과일의 모든 가치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부산 밀면의 시초 내호냉면, 100년 역사의 향기

동 소막마을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깃든 상징적인 장소다. 일제강점기 한우를 수탈해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지어졌던 거대한 소 막사들은 전쟁이 터지자 갈 곳 없는 피란민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짐승이 머물던 축사에 사람이 들어가 다락방을 만들고 삶을 이어갔던 이 독특한 주거 형태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비극적 역사의 산물이다.소막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부산의 대표 음식인 밀면의 탄생 비화와 마주하게 된다. 함경남도 흥남에서 피란 내려온 일가가 1919년부터 이어온 냉면의 전통을 부산에서 다시 꽃피운 것이 그 시작이다. 전쟁 직후 메밀을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 구호 물자로 받은 밀가루를 냉면 제조 방식에 접목해 탄생한 것이 바로 부산 밀면이다.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이 노포는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척박한 피란 살이 속에서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던 실향민들의 슬픔을 달래주던 안식처였다.피란민들의 또 다른 눈물이 서린 곳은 영도다리라고 불리는 영도대교다. 1934년 준공된 국내 최초의 연륙교이자 도개교인 이곳은 헤어진 가족을 찾으려는 이산가족들이 매일같이 모여들던 만남의 광장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피란민들은 "살아있다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는 약속 하나로 모진 세월을 견뎠다. 다리의 한쪽 끝이 하늘을 향해 들리는 생경한 풍경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재회를 향한 희망의 상징이었으며, 수많은 대중가요의 소재가 되어 피란민들의 고달픈 삶을 대변했다.영도다리는 원래 피란수도 유산 목록에 없었으나 그 역사적 상징성을 인정받아 최근 추가로 등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하루에 많게는 일곱 번씩 배가 지나갈 때마다 다리를 들어 올렸던 도개 행사는 1960년대에 중단되었다가 2013년에 이르러서야 재개되었다. 현재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만 다리가 올라가는 장관을 볼 수 있어, 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다리 주변은 매주 장인인산해를 이룬다. 다리가 들리는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은 70여 년 전 이곳에서 가족을 기다리던 이들의 간절함을 되새긴다.부산의 산복도로와 항구 주변에 흩어진 이 유산들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인류의 회복력을 보여준다. 소 막사를 집으로 개조하고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어 먹으며 이산가족을 기다리던 그 시절의 기록은 이제 인류 공통의 유산으로 보존될 준비를 하고 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의 현지 실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부산시는 이들 유산이 지닌 역사적 진정성을 알리기 위해 소막마을의 원형 복원과 영도다리 주변의 역사 공원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피란수도 부산의 1,023일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어두웠던 시기인 동시에 가장 강인했던 시간이었다. 소막마을의 밀면 향기와 영도다리의 도개 소리는 세대를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 역사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한국인의 생명력을 세계에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산의 골목마다 스며있는 피란 시절의 기억은 이제 평화를 염원하는 전 세계인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될 준비를 마쳤다.